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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고소한 주꾸미라면… 파스타도 도전해 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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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고소한 주꾸미라면… 파스타도 도전해 볼 만

입력
2018.11.21 04: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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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잡은 주꾸미로 배위에서 만들어 먹는 라면은 먹물 덕분에 맛이 고소하다. 왕태석 기자
자신이 잡은 주꾸미로 배위에서 만들어 먹는 라면은 먹물 덕분에 맛이 고소하다. 왕태석 기자

주꾸미 낚시가 끝난 뒤 지퍼백에 담긴 수확을 감상하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한 마리 잡기도 쉽지 않은 일반 물고기 낚시와 달리 주꾸미는 초보자도 웬만하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게 더 힘들다. 저녁밥 찬거리를 마트에서 사오는 게 아니라 몸소 수렵 활동을 통해 확보하는 경험은 이색적이면서 원초적이다. 35만년 전 먹을 것을 구하려 매머드 사냥에 나섰던 네안데르탈인의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일찍부터 주꾸미는 한반도의 먹거리였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쓴 어류 백과사전 ‘자산어보’는 주꾸미를 ‘죽금어(竹今魚)’로 소개했다. “크기는 너댓 치(12~15㎝)밖에 안 되고 모양이 문어와 비슷하지만 다리가 짧고 몸통이 고작 문어의 반 정도”라고 설명돼 있다. 또 다른 조선시대 서적인 ‘난호어목지’와 ‘임원경제지’엔 주꾸미를 두고 “초봄에 잡아서 삶으면 머리 속에 흰 살이 가득 차 있는데, 살 알갱이가 밥을 찐 것과 같아 일본인은 반초(飯鮹)라 한다”고 썼다.

주꾸미는 문어, 오징어 계열 연체동물 중 타우린 성분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 주꾸미 100g에 있는 타우린 양은 1,600mg.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국립수산과학원 한국수산물성분표 기준) 수준이다.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인 타우린은 간 기능을 활성화 하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혈압을 안정화하고 뇌졸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피로회복제의 대명사인 ‘박카스’나 ‘핫식스’ 등 시중에 판매 중인 고카페인 음료의 주 성분이기도 하다. 주꾸미는 바다가 주는 자연 강장제인 셈이다.

주꾸미로 만들 수 있는 음식 중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주꾸미 라면’이다. 주꾸미 낚싯배에는 대부분 즉석에서 라면을 끓일 수 있을 만한 작은 취사공간이 있다. 기자도 낚시로 잡은 주꾸미 한 마리와 3,000원 남짓 라면값을 냈더니 배에 있는 아주머니가 10여분 만에 선상 라면을 끓여 줬다. 3년째 낚싯배에서 손님에게 라면을 팔고 있는 김경래(65)씨는 “배에 탄 사람 2명 중 1명은 라면을 주문한다”며 “끓이는 과정에서 먹물이 국물에 배어들어 일반 라면보다 고소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기호에 따라 주꾸미를 찜통에 넣고 삶아 숙회를 만들거나, 싱싱함을 즐기기 위해 회로 먹기도 한다.

주꾸미볶음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꾸미볶음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매콤한 주꾸미 볶음은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다. 주꾸미 외에 양파와 대파, 마늘, 당근, 고추장, 설탕(혹은 물엿), 참기름 정도가 기본 재료다. 주꾸미를 씻을 땐 밀가루나 굵은 소금을 묻혀 문지르면 먹물과 모래 등이 잘 씻긴다. 주꾸미를 양념장에 버무려 프라이팬에 볶기 전, 주꾸미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쫄깃한 육질을 살릴 수 있다. 이른바 ‘쭈삼’으로 불리는 주꾸미삼겹살 볶음은 응용판이다. 기본적인 주꾸미볶음 레시피에 삼겹살을 더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생물 주꾸미 5마리(100g) 가격은 2,000~3,000원(이마트 기준) 선. 마리당 400~600원 꼴이다. 기자의 경우 10마리 잡는데 뱃삯 등 비용이 5만원 정도(시간당 기회비용과 교통비 등은 제외) 들었으므로, 마리당 몸값이 5,000원이나 되는 ‘금(金)꾸미’라 할 수 있다. 경제성을 따지면 답이 안 나오지만, 자신이 손수 잡은 주꾸미가 그럴듯한 볶음 요리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 보람이 가득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서양식 요리에도 활용된다. 오일ㆍ크림 파스타에 베이컨이나 햄 대신 주꾸미를 넣은 ‘주꾸미파스타’가 별미다. 샐러드에 주꾸미를 넣어 만든 ‘주꾸미샐러드’도 깔끔한 맛 덕분에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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