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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당의 퇴행과 개혁 실종

입력
2018.11.20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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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2년, 한국사회는 무엇이 바뀌었을까. 개혁 제도화와 사회 시스템 변화의 동력은 유지되고 있는가. 21대 총선을 앞둔 내년에 정당 구도가 재편된들 개혁 친화적인 정당 체제로 바뀔 가능성은 낮다. 자유한국당의 최근 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당은 12월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2월말, 3월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케케묵은 계파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급기야 박근혜 탄핵에 대한 정치적 태도가 당내 쟁점으로 떠오르고, 수구세력을 재결집하려는 시도조차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보수통합’ 명분으로 ‘태극기 세력’ 포함 여부가 당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주권자 의지에 의한 대통령 탄핵과 헌법 절차에 따른 파면은 그 자체로 절차적 정당성을 갖는다. 또 헌법을 위반한 현직 대통령 파면은 실정법상의 문제를 넘어 한국사회에 켜켜이 쌓인 부조리와 모순된 사회적 관행과 제도를 걷어내라는 민심의 명령을 표상한다. 그러나 한국당의 저변에는 놀랍게도 국정농단 사실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와 박근혜 탄핵은 부당했다는 기류마저 읽힌다. 한국당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 개정에도 부정으로 돌아섰다. 동서양의 역사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수구 반동의 데자뷔다.

고용 악화와 각종 거시지표가 보여주는 경제 적신호, 비핵화 협상 국면의 북미의 엇박자는 숨죽이고 있던 수구 기득권 세력이 다시 성장주의와 안보논리를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상황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 보수의 두 축인 안보보수와 시장보수가 지배적 프레임으로 작동하면 한국사회 구조를 바꿀 동력은 사실상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안보보수와 시장보수는 보수의 명분으로 수구를 가장하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또 냉전적 반공주의로의 회귀는 명백한 시대착오이며 한국의 자유주의를 위협하는 최대 적인 까닭이다.

한국당은 바로 이 점을 지지층 결집의 호기로 생각하는 듯하다. 집권세력과의 가파른 대립과 갈등이 보수층 결집에 효과적이라는 선거 공학적 인식이 깔려있다면 이는 민심에 대한 배신이다. 한국당의 과거 지향적인 수구적 안보관과 사회적 불평등에 눈감는 시장보수적 행태는 민주당이 경제악화에도 한국당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 사회의 지배적 담론에서 개혁 의제는 배제되고 있다. 여권은 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시대착오적 행태에 편승해 반사이익을 누리고, 보수야당은 경제악화에 기대어 역사의 유물인 안보논리와 성장지상주의를 꺼내들고 있다. 촛불이 지향했던 개혁 담론은 사라지고 정치공학적 패권주의만 남고 있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화석처럼 굳어진 반공 이데올로기와 강경 보수를 결집하려는 정치공학은 정당간 협치와 타협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에게 보다 진정성 있는 타협과 협치의 자세가 요구되지만, 지지세 결집을 위해 적대의 강화가 긴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야당의 지향이라면 여권의 포용과 협치 노력도 기본적인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 해서 국회를 무산시키는 행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제1야당의 민심과 배치되는 행태가 지지율의 정체로 나타나고 여당은 개혁성과가 없음에도 야당의 수구적 언행에 힘입어 압도적 우위를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당구도는 개혁에 대한 유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개혁은 정당 이기주의에 밀리고 정당 구도의 변화를 통한 여야 협치와 개혁ㆍ민생 입법은 관심 밖으로 밀리는 퇴행적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개혁을 21대 총선 이후로 유예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보다 현실적일까. 그러나 21대 총선 2년 후가 대선인데 임기 말 개혁은 가능할까. 개혁은 다시 오랜 휴면에 들어가는가.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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