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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재직 때 9차례 피고인 술접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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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재직 때 9차례 피고인 술접대 무죄

입력
2018.11.18 20:00
수정
2018.11.18 23:3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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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김경진기자

판사로 재직할 당시 법원 내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9차례에 걸쳐 수백만원대 술 접대를 받은 변호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법원은 “심히 부적절한 행동”이라면서도 “대가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인정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알선수뢰 혐의로 기소된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 김모(41)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청주지법 판사로 재직 중이던 2013년 7월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모 변호사 소개로 사업가인 이모(40)씨를 처음 만나 넉 달 동안 9차례에 걸쳐 636만원 상당의 술과 안주 등을 제공받았다. 당시 이씨는 2012년 5월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같은 법원에서 1년 넘게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었다.

이씨는 김씨와 7~10일 주기로 회동을 이어가던 시점에 추가 범죄 사실이 드러나 2013년 12월 구속됐고, 이듬해 징역 5년과 벌금 640억원이 확정됐다. 그런데 수감 중이던 이씨는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김씨에게 접대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당하자 2016년 10월 수사기관에 김씨를 고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문자메시지로 서로를 ‘형님’ ‘동생’이라 부르기도 하고, 함께 있는 술자리에 법원직원, 검사들을 합석시키기도 했다. 이 중에는 이씨 사건 공판검사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가 이씨 재판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접대를 받았다고 보고 김씨에겐 알선뇌물수수, 이씨엔 뇌물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알선수뢰(공무원이 그 직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부정행위를 알선하고 뇌물을 받는 행위)죄 성립 조건인 ‘구체적 청탁’의 존재 여부로 모아졌다. 김씨는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재판에서 도움을 달라는 청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씨는 “김씨를 처음 만난 날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고, 오히려 김씨가 먼저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해 만남이 이뤄진 것”이라고 맞섰다.

결국 두 사람 진술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진 재판에서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판사 출신인 김씨 말이 신빙성 있다고 봤다. 1심은 “이씨가 재판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도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며 “이는 재판 청탁을 한 사람의 행동으로는 이례적이다”고 판단했다.

특히 두 사람이 서로를 형님ㆍ동생으로 부른 것을 오히려 무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저녁식사 비용은 김 전 판사가 주로 부담하고, 비교적 금액이 많은 유흥주점 비용은 이씨가 주로 부담하는 등 법관으로서 심히 부적절한 행동”이라면서도 “김씨 입장에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씨가 친분관계에 의해 술과 음식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사건 직후인 2014년 2월 퇴직한 김씨는 공무원 윤리강령 위반에 따른 징계는 물론 형사 처벌도 모두 피하게 됐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닌데도 단기간에 집중적인 접대가 이뤄진 것을 대가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을 누가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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