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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행복을 꿈꾼 조선 사람들… 국립중앙박물관 서화 35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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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행복을 꿈꾼 조선 사람들… 국립중앙박물관 서화 35점 전시

입력
2018.11.18 15:32
수정
2018.11.18 19: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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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17일까지 무료 관람

조선 17세기 말~18세기 초 그려진 요지연도. 그림 속 주나라 목왕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봉황은 왕실의 안녕과 태평성대의 꿈을 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 17세기 말~18세기 초 그려진 요지연도. 그림 속 주나라 목왕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봉황은 왕실의 안녕과 태평성대의 꿈을 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가장 영검한 신선들의 땅 곤륜산. 선계의 여제 서왕모가 주나라 목왕을 요지(곤륜산의 연못)의 궁전에 초대해 연회를 베푼다. 절벽에 난간을 두른 대 위에 서왕모와 목왕이 마주 앉았고, 서왕모의 시녀가 천상의 복숭아인 반도를 대접하고 있다. 구름에 둘러싸인 곤륜산 요지의 정경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육신의 굴레를 벗고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신선 세계를 표현한 ‘요지연도’다. 서왕모는 도교에서 가장 높은 지위의 여신으로 반도를 가꾸고 불로장생을 관장한다고 여겨졌다. 곳곳에 장수와 행복의 상징이 담긴 그림은 현대의 삶에 지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조선시대에는 서왕모의 연회를 그린 요지연도가 병풍으로 제작돼 왕실과 민간에 모두 큰 인기를 끌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 내 주제전시실2를 개편하면서 선보인 작품이다. 다가오는 새해를 맞아 ‘영원한 행복을 꿈꾸며’라는 주제로 전통 서화 및 자수 35점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는 곤륜산 요지에서 열린 서왕모의 연회를 묘사한 요지연도 2점이 공개된다. 작가미상으로 조선 17세기 말~18세기 초 제작한 요지연도는 현존하는 조선시대 요지연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이재호 학예연구사는 “사슴과 학은 신선의 세계를 상징하고 허공에 나는 봉황은 왕실의 번영과 태평성대의 꿈을 담고 있다”며 “격조 높은 표현과 채색 기법으로 볼 때 도화서 화원이 그렸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조선 19세기 그려진 '신선 세계의 복숭아'는 높이 2m에 달하는 규모로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 19세기 그려진 '신선 세계의 복숭아'는 높이 2m에 달하는 규모로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불로장생과 초월적 세계에 관한 동경은 19세기 그려진 ‘신선세계의 복숭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선 궁궐을 장식한 칸막이 그림으로, 높이 2m에 가까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하얀 복숭아 뒤로 넘실대는 파도가 그림에 생동감을 더한다.

새해의 복을 부르는 세화도 공개된다. ‘자수 화초길상문병풍’은 왕실의 융성을 기원하는 의미로 궁중무용 가사를 붉은 공단에 화초무늬와 함께 수놓았다. 화려하고 섬세한 자수에 태평성대의 꿈이 고스란히 담겼다. 고종(재위 1863~1907)이 의료 선교사인 미국인 존 윌리엄 헤론에게 하사한 것으로 그의 자녀인 제시 엘리자베스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관 이홍근실은 서화 9건을 교체했다. 조선말기 제작된 기명명문병풍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감색 비단 위에 금으로 상나라와 주나라의 고동기를 그린 12폭 병풍이다. 각 폭마다 각종 솥, 그릇, 술잔 등 세 개체씩 그렸고, 측면과 아래에 행서, 전서, 예서체 등 다양한 서체로 설명을 썼다. 고동기는 제후의 명예나 업적을 명문으로 새겨 후손에게 조상의 위엄을 알리는 수단으로 제작됐다.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17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 연구사는 “옛 사람들은 행복을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영원의 세계로 꿈꿨다”며 “조선시대 사람들이 상상한 행복의 모습을 확인하고 관람객도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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