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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미국 '감동 사연' 알고보니 인터넷 모금 사기

입력
2018.11.18 13:57
수정
2018.11.18 21: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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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떨어진 여성에게 20달러 준 노숙자 선행’ 가짜 밝혀져

미국 뉴저지주 수사당국이 15일 어려움에 처한 여성을 돕는 선행으로 큰 화제를 모은 노숙자의 사연이 가짜라는 수사 결과를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 수사당국이 15일 어려움에 처한 여성을 돕는 선행으로 큰 화제를 모은 노숙자의 사연이 가짜라는 수사 결과를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기름이 떨어져 어려움에 처한 여성을 도운 노숙인’, ‘말기암 치료비를 호소하는 환자’, ‘전몰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유족과의 여행비를 마련하려는 친구’.

인터넷으로 십시일반의 성금을 모금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딱하거나 감동적인 사연들이다. 보는 이들의 선의를 자극해 적잖은 기부금이 쏟아졌지만 알고 보니 모두가 얄팍하게 돈을 벌려는 ‘가짜 사연’이었다.

지난해 미국의 크라우드펀딩사이트에선 한 노숙인의 선행이 큰 화제를 모아 그의 자립을 돕기 위해 무려 1만4,000여명이 40만 달러(약 4억5,000만원)를 기부했다. 한밤중 고속도로를 달리다 기름이 떨어져 곤경에 처한 여성을 본 노숙인이 갖고 있던 전 재산 20달러(약2만2,600원)를 탈탈 털어 기름을 구해줬다는 가슴 찡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미국 뉴저지주 벌팅턴 카운티 검찰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여성은 기름이 떨어진 일도 없고, 노숙자가 그녀를 발견해 돈을 준 일도 없다”며 가짜 사연으로 모금을 한 케이트 매클루어(28)와 남자친구 마크 다미코(39), 노숙인 조니 보빗(35)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세 사람은 모금을 하기 한 달 전 카지노 근교에서 만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매클루어 커플은 모금 액의 20%가 채 안 되는 8,000만원만 보빗에게 주고 나머지 돈은 BMW 차량구입, 헬기 여행, 카지노 도박 등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올해 8월 보빗이 돈을 적게 받은 데 불만을 품고 매클루어 커플이 모금액을 탕진했다고 폭로하면서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노숙자의 선행 자체가 가짜라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수년간 암 환자 행세를 하며 거액의 기부금을 모은 여성의 사기 행각도 드러났다. 앨라배마주의 제니퍼 카탈도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기 암을 앓고 있다고 속여 도움을 받았고 인터넷에도 사연을 올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6만 달러(약 2억9,000만원)를 기부받았다. 특히 이 여성은 자신의 어린 아이들도 엄마가 말기암 환자라고 믿게 해 아이들을 앞세워 모금 운동에 이용했다고 수사 당국은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장병의 한 친구는 유족의 상처를 이용하는 사기극도 벌였다. 2015년 차량 폭탄으로 숨진 장병의 세 딸과 함께 추모 여행을 가겠다고 돈을 모은 뒤 잠적한 것이다. 이처럼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터넷 모금 사기가 급증하면서 기부자들은 반드시 검증된 기관에 돈을 내거나 모금을 하게 된 사연을 먼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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