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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인간 알파고’ 박정환 9단, 주춤…엇갈린 시각

입력
2018.11.17 13:00
수정
2018.11.2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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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국내 랭킹 1위 내주고 삼성화재배 및 LG기왕전 등 주요 기전서 부진

하지만 누적상금은 10억원 돌파…연말 천부배 및 춘란배 결과 따라 변곡점 찾을 수도

박정환(맨 왼쪽) 9단은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렸던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본선 8강전에서 중국의 판팅위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백돌을 쥔 박정환 9단은 이 대국에서 189수만에 불계패했다. 한국기원 제공
박정환(맨 왼쪽) 9단은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렸던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본선 8강전에서 중국의 판팅위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백돌을 쥔 박정환 9단은 이 대국에서 189수만에 불계패했다. 한국기원 제공

박정환(25) 9단의 별명은 ‘인간 알파고’다. 인간계에선 인공지능(AI) 알파고처럼 완벽에 가까운 바둑을 구사한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흠 잡을 곳을 찾기가 어렵다”란 박정환 9단의 반상(盤上) 운영 평가는 바둑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랬던 박정환 9단이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당장, 박정환 9단은 5년 가까이 절대지존으로 군림해왔던 국내 랭킹 1위 자리에서 밀려났다.(★관련기사 본보 10월20일자) 한국기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11월 랭킹에서 9,997점을 얻은 박정환 9단은 9,998점을 획득한 신진서(18) 9단에게 1위를 내줬다. 이로써 박정환 9단의 국내 랭킹 1위 연속 행진 기록도 59개월에서 멈췄다. 특히 올해 국내외 굵직한 대회에서 박정환 9단의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국내대회에선 ‘제23회 GS칼텍스배’(우승상금 7,000만원) 16강 탈락을 비롯해 ‘제1기 용성전’(3,000만원)과 ‘제19기 맥심커피배’(5,000만원)에서도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대회에서도 박정환 9단의 성적은 이름값엔 못 미친다. ‘제4회 백령(百灵)배 세계바둑오픈’(약 1억7,000만원) 및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3억원) 16강 탈락을 포함해 최근엔 ‘제23기 LG배 조선일보 기왕전’(3억원)에선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12일 박정환 9단과 중국 판팅위(22) 9단의 LG배 기왕전 대국을 바둑TV에서 해설한 이희성(36) 9단은 “기본적으로 판팅위 9단이 잘 둔 바둑이었다”면서도 “박정환 9단이 초반 포석에서 삐끗하더니 대국이 종료될 때까지 무기력하게 패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불리한 상황에서 ‘흔들기’ 등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상대방에서 승리를 헌납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급격하게 부진했던 중국 갑조리그에서의 성적표 또한 박정환 9단에 우려 섞인 시선이 모아지는 또 다른 이유다. 실제 박정환 9단은 올해 중국 갑조리그에서 3승8패로, 전년(8승4패)에 비해선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맞붙을 공산이 높은 중국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절반 이하의 승률에 그쳤다는 점은 박정환 9단에겐 불안요소다. 올해 누적 성적에서도 박정환 9단은 17일 기준 현재 48승18패(승률 72.72%)로, 다승 10위와 승률 4위에 머물러 있다. 아직 경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56승14패로 다승상과 연승(21승), 승률상(80%) 등을 석권, ‘트리플 크라운’까지 달성했던 지난해 모습과는 차이가 분명하다.

박정환(가운데) 9단이 올해 1월 중국 장쑤성 루가오 진두진딩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3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에서 우승한 직후, 주최측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박정환(가운데) 9단이 올해 1월 중국 장쑤성 루가오 진두진딩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3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에서 우승한 직후, 주최측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하지만 박정환 9단의 최근 성적만 놓고 ‘슬럼프’까지 논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제 20대 중반인 만큼, 여전히 전성기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타이틀 매치에서의 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국내 최대 규모인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박정환 9단의 기세는 여전했다. 박정환 9단은 올해 KB바둑리그 정규시즌에서 11승2패(승률 84.6%)로, 신진서 9단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박정환 9단의 올해 수입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울 공산도 남아있다는 측면에서도 존재감은 여전하단 평이다. 박정환 9단은 올해 1월엔 ‘제3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약 3억원)을, 2월엔 ‘’2018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약 1억3,800만원)을 각각 품에 안았다. 이어 3월엔 ‘월드바둑챔피언십 2018’(약 2억원)과 7월엔 ‘제5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세계 프로최강전’(5,000만원)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울러 국내 기전에선 2월에 열렸던 ‘2017 크라운해태배’(3,000만원)와 3월에 개최됐던 ‘제36기 KBS바둑왕전’(2,000만원)에서 정상에 올랐다.

박정환 9단에게 남겨진 2개의 세계대회가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단 전망도 긍정적이다. 박정환 9단은 현재 올해 첫 선을 보인 ‘제1회 천부(天府)배 세계바둑선수권 대회’(3억3,000만원) 4강과 ‘제12회 춘란(春蘭)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약 1억6,000만원) 8강에 각각 진출한 상태다. 이 대회의 결과에 따라선 국내 랭킹 1위 재탈환은 물론 국내 최다 상금기록까지 새로 쓰는 겹경사를 누릴 수 있다. 현재 국내 바둑계의 연간 최대 상금 기록은 2014년 이세돌(35) 9단이 세웠던 14억1,000만원이다. 지난해 6억7,000여만원으로 상금왕에 올랐던 박정환 9단의 올해 현재 누적 상금은 11억9,500만원이다. 2위인 김지석(29) 9단(4억2,800만원)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사실상 올해 상금왕은 예약됐다. 박정환 9단에 대한 전성기가 아직 ‘현재진행형’이란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 국가대표팀 코치인 홍민표(34) 9단은 “박정환 9단은 대표팀 내에서도 자기 관리가 가장 철저한 선수다”며 “지금도 그렇게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조만간 더 좋은 컨디션으로 세계 대회에서도 성적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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