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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 미중 관계의 ‘협력적 경쟁’

입력
2018.11.19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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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에 대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가혹한 비판이 새로운 냉전을 선언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았다. 나는 미중 관계가 새 국면에 접어 들었지만 냉전이라는 ‘은유’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냉전 기간 동안 미국과 구 소련은 수십 만 개의 핵무기로 상대를 겨냥했고 무역이나 문화적 교류는 없었다. 반면 중국은 핵무기를 제한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연간 미중 무역 규모는 2조 달러에 이르며 중국인 학생 수는 35만 명을 넘고 매년 300만 명의 관광객이 미국에 온다. 오늘날 양자 관계에 대한 설명은 ‘협력적 경쟁’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2차 대전 이후 미중 관계는 20년 단위로 세 번의 국면을 거쳤다. 첫 번째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20년간으로 ‘적대감’이 특징이다. 두 번째 국면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1972년 중국 방문에 따른 ‘제한적 협력’이다. 냉전 종식은 세 번째 국면으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포함, 중국의 세계경제 합류를 미국이 도왔다.

그러나 2017년 이후 미국 국가안보 전략은 중국과 러시아를 주적 국가로 지목했다. 많은 중국 분석가들은 이 네 번째 국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동시에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다. 국제적으로 낮은 자세를 유지했던 덩샤오핑의 신중한 정책을 거부하고, 주석 임기를 없앤데다 그의 민족주의적 ‘중국몽(中國夢)’을 선언함으로써 시 주석은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붉은 깃발을 들어올렸다.

미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일반적 통념은 2016년 대통령 선거전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레토릭과 관세 부과 문제는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일 뿐이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빈곤을 극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도왔다. 그러나 중국은 국영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상업적 스파이 행위에 개입하고, 외국 기업이 중국 국내 파트너들에게 지적재산권을 이전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무역 분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울도록 했다.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의 기술적 우위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야심에 대한 트럼프의 저지에 지지를 보낸다.

더욱이 중국의 군사력이 점점 커지면서 양자 관계에서 안보 변수가 추가됐다. 양국 관계의 이 네 번째 국면은 높은 수준의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새로운 냉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이 네 번째 국면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국가와 떠오르는 도전자가 전쟁에 돌입하려는 갈등의 시작이라고 믿고 있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한 설명에서 스파르타가 부상하는 아테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전쟁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 분석가는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서 유사한 공포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독일의 부상으로 영국 헤게모니가 흔들렸을 때였던 1차 대전 당시의 상황에 비유한다. 그러나 1차 대전의 원인은 훨씬 더 복잡했다. 러시아의 힘이 커지면서 독일에 두려움이 생겼고, 발칸 제국과 다른 나라의 민족주의 부상, 그리고 합스부르크 제국이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기를 발생시킨 것 등이 포함된다.

더 중요한 것은 독일은 이미 1900년 즈음에 산업 생산력에서 영국을 능가했다. 반면 중국의 GDP는 현재 미국 경제 규모의 5분의 3에 불과하다. 미국은 당시 영국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자산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지역에서 결코 중국에 지배당할 의사가 없는 일본과 인도 등과의 자연적 세력균형에 따른 제약을 받고 있다.

투키디데스가 기술한 공포에 굴복하는 것은 불필요한 자기암시적 예언이다. 중국이나 미국 어느 누구도 히틀러의 독일이나 스탈린의 소련이 했던 방식으로 실존적 위협을 상대방에게 가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을 침략하려 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의 존재를 환영하는 서태평양에서 미국을 쫓아낼 수도 없다. 일본은 5만 명의 미군 병력을 자국에 주둔할 수 있도록 비용의 4분의 3을 부담하고 있다. 미일 동맹은 강력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것을 유지한다면, 중국이 서태평양으로부터 미국을 몰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미미할 뿐 아니라,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은 더욱 더 적다.

이 네 번째 국면을 냉전보다는 ‘협력적 경쟁’으로 만드는 다른 영역이 있다. 중국과 미국은 다른 한쪽이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초국가적 도전에 직면해있다.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은 정치가 아닌 물리적 법칙에 따라야 한다. 불법 마약에서부터 전염병, 테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국경에 점점 구멍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 경제대국은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양국 관계는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당사자 간 이해 득실의 합이 플러스가 되는 경우다. 미국의 국가안보는 중국을 압도하는 힘뿐 아니라 함께 하는 힘도 필요로 할 것이다. 핵심적 의문은 미국이 ‘협력적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생각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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