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창업을 선택한 청년들은 대부분은 벤처기업을 차리려 하지만, 전통시장을 창업 무대로 선택한 청년들도 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청년 창업자 2명을 만나 그들의 창업 스토리와 애환, 미래의 꿈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노지현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 대표가 창업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얘기하고 있다. 노 대표는 취업이 잘 안되자 전통식품인 김부각을 판매해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홍인기 기자.

“미대를 졸업하고 문화 기획 관련 일자리를 찾아봤는데, 정말 저를 오라고 하는 데가 한 군데도 없더라고요.”

광주 1913송정역 시장(이하 송정역 시장)에서 성공한 청년상인으로 불리는 노지현(31) ‘느린먹거리 by 부각마을‘(이하 느린먹거리) 대표는 창업을, 그것도 전통시장에서 장사할 마음을 먹게 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노 대표는 송정역 시장에서 전통식품인 김부각을 판매해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노 대표 매장보다 매출을 많이 올리는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다.

“힘든 취업에 매달리느니, 장사를 해보자고 마음먹고 아이템을 찾아봤어요. 밖에서 파는 식품에 대한 불신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김부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들어 판매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대학생 때 일찍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노 대표는 직장을 다니던 남편을 설득해 2015년 8월부터 함께 김부각 장사에 나섰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남편이 받은 퇴직금에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청년 소상공인에게 빌려주는 2,000만원으로 충당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처음 몇 달간은 전통 김부각 맛을 찾아내기 위한 기간으로 사실상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노 대표와 남편은 광주 외곽에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주고 23㎡(약 7평) 규모의 공장을 얻어 김부각을 만들고 맛을 평가하는 기간을 가졌다. 노 대표는 미대 출신답게 서울을 오가며 여러 회사와 김부각을 담을 현대적 감각의 포장 패키지 개발에 힘을 쏟았다.

“미련한 방법이지만 좋은 김과 좋은 쌀을 사용해 사람이 일일이 풀칠하며 김부각을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맛을 내더라고요.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자르고, 휴대가 간편한 포장 패키지에 담으니 인터넷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광주 1913송정역 시장에 있는 느린먹거리by 부각마을 매장.

노 대표의 느린먹거리가 도약 기회를 맞이한 것은 2016년 송정역 시장에 점포를 내면서부터다. 당시 송정역시장은 제2의 부흥을 꿈꾸며 시장 곳곳을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젊은 소상공인들이 들어와 장사할 수 있도록 초청하는 데 노력했다. 특히 노 대표의 가게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선정한 전통시장 청년상인 지원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돼 1년간 점포 임차료와 매장 인테리어 비용 마케팅 홍보 지원을 받아 손쉽게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돈을 주고 김부각을 굳이 사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시장에서 시식 행사를 자주 벌이자 입소문이 났고, 시장 인근 광주역에서 기차를 타시는 분들이 선물용으로 김부각을 사러 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판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느린마을의 김부각은 지금도 사람 손을 일일이 거치는 ‘가내 수공업’ 방식으로 만든다. 생산 공장 규모도 커지고 직원 수도 늘어났지만 양질의 쌀로 죽을 쑨 뒤 김에 죽을 펴 바르는 작업은 사람의 손으로 한다. 이 때문에 지금 주문을 하면 2주 후에나 제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문량이 밀렸지만 노 대표는 김부각 생산을 기계식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 더 맛있다고 믿고 회사 이름처럼 ‘느린먹거리’를 지향합니다. 물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내년 공장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기는 해요.”

노 대표의 김부각은 최근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미슐랭가이드에 선정된 호주의 한 레스토랑이 느린먹거리 김부각을 식자재로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와 수출 길이 열렸다. 현재 느린먹거리 김부각은 호주와 미국의 유명레스토랑 10여 곳에서 애피타이저나 후식을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다.

성공한 청년 상인인 노 대표에게 미래 꿈을 물었다. 해외 점포를 개설하고 매출을 얼마까지 늘리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기대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성장의 포커스를 매출이나 수익이 아닌 가치에 맞추고 싶습니다. 장사하면서 자기의 역량을 키우고 제품 가치를 높이는 데서 보람을 찾다 보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 같아요.”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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