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리팔 부녀 독극물 중독사건ㆍ남성 중심주의 비판에 자주 쓰여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출판하는 유서 깊은 옥스포드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유독한(toxic)’을 선정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옥스포드는 해마다 그 해 영국 사회의 흐름이나 분위기, 주요 이슈와 문화적 중요성 등을 고려해 쓰임새가 높은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해 왔다.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유독한’과 동시에 가장 많이 쓰인 표현은 ‘화학 물질(chemical)’이다. 옥스포드 사전은 올해 3월 발생한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미수 사건과 관련해 ‘유독성 화학 물질’이 많이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으로 영국에서 거주 중인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를 방문한 딸 율리아가 러시아에서 제조된 독극물 노비초크 화학무기에 중독돼 사망할 뻔한 사건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유독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이라는 표현도 주목을 받았다. 옥스포드 사전은 “미투 운동과 관련해 전 업계에서 ‘유독한 남성성’ 논란이 주목을 받으며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에도 등장해 왜곡된 남성성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캐서린 코너 마틴 옥스포드 사전 미국 지사장은 뉴욕타임스에 “‘유독한’이란 단어가 그 자체로 넓게 쓰인다는 것을 알기 전까진 ‘유독한 남성성’을 선정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옥스포드 사전은 이외에도 물질ㆍ가스ㆍ환경ㆍ쓰레기ㆍ조류ㆍ공기 등 환경 이슈를 다루거나 관계나 문화 등 사회적 의미의 오염을 지적하는 데도 이 단어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인 2017년 ‘올해의 단어’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인 ‘유스퀘이크(youthquake)’였다. 1960년대 청년층에서 일어난 급진적인 정치ㆍ문화적 격변을 표현하기 위해 처음 나타난 단어인데, 지난해 영국 조기총선에서 노동당의 선전, 뉴질랜드 총선에서 노동당의 선전과 저신다 아던 총리의 집권에 청년층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쓰임새가 급격히 늘어난 바 있다.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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