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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운용 외고집” 여권 원로들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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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운용 외고집” 여권 원로들 쓴소리

입력
2018.11.15 18:09
수정
2018.11.15 22: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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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 ‘경제 멘토’ 이정우 “김&장 최저임금 갈등, 김동연이 옳았다” 

 문성현 “車산업 정책 등 구체화를”… 집권 3년차 靑 조정능력 시험대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15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갈등을 두고 “김 부총리의 생각이 좀 더 옳았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 정부를 평가해 달라는 말에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위기에는 큰 진전이 있어 ‘수’(秀)라고 볼 수 있으나 경제 분야는 부족하고 반성할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앞서 13일에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문성현 위원장이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포용국가라는 어젠다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누구의 소득을 어떻게 올리겠다는 것인지, 누가 누구와 함께 하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불확실하다”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정책실장을 지낸 이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꼽힌다. 2012년 대선 캠프에서부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문 위원장은 대표적인 노동계 친문 인사다. 여권 원로들이 잇따라 J노믹스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어서 청와대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가 좋지 않자 정권과 거리가 있는 올드보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며 “집권 3년차를 맞아 청와대의 조정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제가 단골로 가는 식당도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을 자르고 부인이 대신 와서 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플러스’인데 고용이 감소한 것은 ‘마이너스’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문성현(왼쪽)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연합뉴스
문성현(왼쪽)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연합뉴스

문 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소득주도성장 관련 발언 배경에 대해 “현 정부 내에서도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노사 입장을 다 듣는 위치에서 조언하는 게 청와대나 정부에도 부담이 없지 않겠냐”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 논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중소기업, 청년일자리 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은 결국 “청와대가 경제정책을 더 세심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정책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11일 “경제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하는 등 거듭 위기의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새어 나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집권 1, 2년차에는 개혁 정책을 밀어붙여 성과를 내야 하지만, ‘관리기’인 3년차부터는 매끄러운 소통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조금만 양보해도 해결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며 “집권 3년차에도 청와대가 장악력을 가지려고 하면 성과를 내기 힘들고 민심과 동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의 임명이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 이사장이 최근 국정 기조에 쓴소리를 내는 것이 앞서 김 실장 내정설이 나올 때 “경제를 모르는 사람은 곤란하다”고 반대한 것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일부 진보개혁 진영에서 보다 개혁적인 정책실장을 바랬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벌써부터 정권의 구심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청와대는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3년차까지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여러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으려고 한다”고 했다. 김 실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와 균형에 있어서 염려들이 있을 것”이라며 “경제환경이 달라지는 지점에 놓여 있기 때문에 1년 6개월간 진행해 온 정책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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