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미술관’ 표지. 사월의책 제공
느낌의 미술관
조경진 지음
사월의책 발행ㆍ416쪽ㆍ2만원

현대 미술은 난해하다. 요리조리 뜯어봐도 도통 무슨 의미인지 명료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그래서 찾아본 평론가들의 해석은 지나치게 요란해 말의 상찬 같다. 때론 작품 자체보다 비평문이 더 어려워 관람자를 도망치게 만든다. 그래도 예술이라고 하니까 평범한 사람은 이해 못하는 고차원적인 미학이 있겠거니 여길 뿐이다. 그래야 마음도 편하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정답’에 길들여져 있다. 작품엔 분명 의도가 있을 거라는, 그래서 그 의도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는 ‘정답 강박증’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정답을 버리고 현대 미술을 다시 바라본다면 어떨까. 사유하거나 해석하기 전에 우선 느껴 보는 것이다. 그 느낌이 비록 ‘느낌’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 모호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현대 미술을 보고 어떤 ‘느낌’이 전해져 왔다면, 그건 작품과 감상자 사이에 ‘정서적 화학반응’이 일어났다는 뜻이고 이는 곧 관계맺음이다. 그 다음부터는 ‘느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어쩌면 ‘현대 미술은 어렵다’는 인상도 이 ‘느낌’이 될 수 있다.

책 ‘느낌의 미술관’은 ‘느낌’을 키워드로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법을 탐구한다. 예술의 본성이 무엇인지, 예술 작품이 어떻게 새로운 느낌과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예술 작품에서 작동하는 ‘느낌의 코드’를 읽어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하면서, 궁극적으로 예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안목을 길러준다.

박찬걸, ‘Sliced images DAVID’(2011). 사월의책 제공

예술학 박사인 저자는 전반부에서 “예술은 느낌의 세계”라고 정의하면서 “모든 사물과 느낌은 특이하다”는 주제로 논지를 펼쳐간다. 바로 그 ‘특이성’의 느낌을 다루는 학문이 미학이며 ‘특이성’은 ‘코드’와 ‘기호’ 같은 예술가들의 언어 또는 문법에 의해 발생함을 밝힌다. 일례로 박찬걸 작가의 조각상 ‘슬라이스드 이미지스 다비드(Sliced Images DAVIDㆍ2011)’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마치 양파 썰 듯 철제 판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래 다비드상의 느낌들을 모두 자신의 효과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어떠한 대상을 덩어리로 보는 관점을 해체하고 변화와 흐름으로 보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 준다. 이것이 작가의 언어다.

후반부에서는 전반부의 논의를 토대로 ‘재현하기’의 코드, ‘대면하기’의 코드, ‘밀착하기’의 코드, ‘추상하기’의 코드, ‘알레고리’의 코드 등 갖가지 느낌의 코드를 상세히 설명한다.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지만, ‘더 잘 느끼기 위한’ 기술이자 훈련으로 독자들이 받아들인다면 더 좋다. 느낌은 단번에 주어지지만 그와 동시에 지성으로 의식하고 분명하게 알아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유혹의 목소리이며 의미와 새로움의 가능성은 그 유혹에 올바로 응하는 이에게만 열려 있다.

이 책은 잘 알려진 해외 작품들뿐 아니라 문형태, 김경민, 변웅필, 이경미, 지석철, 채한리, 한혜원 등 국내 작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가 생소한 작품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면 되는지 ‘예습’까지 할 수 있다. 때로 철학적이고 전문적인 내용들이 등장해 고도의 지적 노동을 요구하지만, 이 고비만 잘 넘기면 현대 미술이 한층 가까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그림을 보고 느낀다는 건 그것과 함께 당신 자신과 당신의 세계 전체가 재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그림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자 힘일 것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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