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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자본잠식 피하려 회계기준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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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자본잠식 피하려 회계기준 바꿔”

입력
2018.11.14 19:30
수정
2018.11.14 19:5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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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가 ‘고의성 분식회계’라고 판단한 이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결과 발표가 예정된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인천=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결과 발표가 예정된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인천=연합뉴스

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를 상대로 지난 5월부터 총 10차례(감리위원회 심의 포함)의 심의 끝에 회사의 고의 분식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증선위가 분식회계 혐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한 회사를 상대로 10차례나 심의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최종 결론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증선위는 지난 7월 5차 심의 때 이번 사안의 핵심으로 꼽은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부풀리기에 대해선 고의 분식으로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금감원에 추가 혐의 입증을 위한 재감리를 명령했다. 당시만 해도 금감원이 재감리를 통해 핵심 증거를 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재무제표 작성 당사자에게 상당 부분 재량권을 주기 때문에 회사측의 분식회계를 가려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선위가 금감원 손을 들어준 것은 금감원이 재감리 기간 입수한 삼성 내부 문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문서엔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도 “증선위가 금감원의 재감리 조치안을 논의할 때 삼성 내부문건이 아주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고 말했다.

이번 증선위 심의의 가장 큰 쟁점은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2조7,000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은 것을 고의 분식회계로 볼지 여부였다. 삼성바이오는 애초 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로 보고 연결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처리했다. 연결 방식은 두 회사 장부를 하나로 합친 다음 자회사가 이익을 얻은 만큼만 장부에 기입한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는 2015년 돌연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해 관계회사가 됐다며 에피스를 장부가가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한다. 삼성바이오와 합작계약을 맺은 미국 바이오젠이 에피스에 대한 지분을 49.9%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였다. 회계 기준상 지배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 공정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증선위는 이번에 삼성바이오가 애초부터 에피스를 단독 지배(종속회사)한 것으로 본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관계회사(공동지배) 방식으로 회계처리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2012~2013년 회계처리 기준 위반 동기를 ‘과실’, 2014년은 ‘중과실’로 판단한 배경이다.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은 애초부터 에피스를 공동 지배한 만큼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것은 그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특히 금감원이 제보자에게서 입수한 내부문건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1조8,000억원)를 장부에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이 되는 만큼 이를 피하려면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증선위는 이를 점을 감안해 삼성바이오가 고의성을 갖고 2015년 에피스에 대한 기업가치를 부풀리려고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삼성바이오는 어떻게 회계처리를 했어야 했을까. 관계회사에 대한 회계처리는 지분법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는 보유 중인 관계회사 지분만큼 주식 취득가액을 장부에 반영하는 것이다. 당시 에피스 장부가격 2,900억원만 장부에 반영해야 했다는 얘기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만약 삼성바이오의 내부 문건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원칙 중심의 IFRS 기준 아래에선 고의 분식을 입증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며 “특히 지금도 몇몇 대기업이 이런 회계상 기준을 이용해 지배력 상실을 이유로 공정가치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 참에 이런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삼성바이오의 경우 감사인이 회사의 요청을 받아 콜옵션 가치 등을 평가했는데 이는 감사인이 감사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라며 “여전히 국내 기업의 회계관행이 후진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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