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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 발목 잡혀... ‘혁신신약 약가우대’ 사실상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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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 발목 잡혀... ‘혁신신약 약가우대’ 사실상 유명무실

입력
2018.11.15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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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신약 인정땐 10%이상 우대’

美서 “해당제도 차별적” 지적에

심평원, 제약사 우대 조건 삭제

대신 FDA 획기적의약품지정 등

까다로운 요건 넣어 개정안 공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발목 잡힐 위기에 놓였다. 해당 제도가 차별적이라는 미국 측 지적에 따라 결국 국내 신약 우대 조건을 모두 삭제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동기가 저하돼 가뜩이나 뒤쳐진 한국 신약 확대 속도가 더욱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행정예고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두고 국내외 제약사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물론 관계부처 간 의견도 적지 않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9월 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혁신 신약 약가 우대 제도 개정이 이행이슈로 포함된 후, 심평원이 이달 초 마련한 개정안에 미국 측이 요청하는 내용이 상당히 포함됐기 때문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등과의 논의 과정에서 우려를 여러 차례 포명했지만, 결국 통상 논리에 밀린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 7월 도입된 혁신 신약 약가 우대 제도는 국내 제약사가 신약 개발 시 몇 가지 조건을 갖추면 최고 약가보다 10% 이상 값을 높여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 내 신약 개발이 워낙 더딘 데다, 시장 구조가 복제약(제네릭) 생산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발된 화학ㆍ생물의약품(신약)은 2010년 1건, 2012년 2건, 2014년 1건, 지난해 2건 등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정부가 승인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한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 받은 신약으로서 △국내에서 임상 1상 이상 수행한 제품의 경우 약가 우대 대상에 포함시켰다.

신약 허가 현황 = 그래픽 신동준 기자
신약 허가 현황 = 그래픽 신동준 기자

하지만 개정안에는 이 같은 국내 제약사 우대 조건이 모두 삭제됐다. 대신 새로운 기업 요건으로 국제보건기구(WHO)나 식약처가 지정하는 필수의약품을 수입ㆍ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을 신설했다. 또 제품요건으로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이되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이 없고 △생존 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입증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S) 또는 유럽의약청(EMA)의 신속심사(PRIME) 적용 대상이어야 한다는 점이 추가됐다. 약가 우대를 받으려면 이 같이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심평원의 개정안 공개 이후 국내 제약사들은 반발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 제약사업을 한ㆍ미 FTA 희생양으로 삼은 정부의 비상식적 행정”이라며 “국내에서 아무리 탁월한 신약을 개발해도 결국 FDA나 EMA의 허가를 받아오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도 시행 이후 약가 우대를 받은 국내 신약이 전무하긴 하지만, 한창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ㆍ개발(R&D)에 관심을 갖는 상황에서 개정안을 시행하면 중장기적으로 ‘역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 제약사들 역시 수혜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부족하다며 볼 멘 소리를 낸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차별 조항을 없앤다고 하더니 비현실적인 조건만 늘었다”고 지적했다. 국내 A제약업체 관계자는 “새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국내든 해외든 이를 모두 맞출 수 있는 신약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복지부 역시 해당 조건이 국내 제약사에 일정부분 불리한 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 후 국내 제약사 중에서 약가 우대 대상 업체가 나오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해외 제약사가 어떤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발표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상대적 유ㆍ불리를 따지긴 힘들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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