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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수민족 어원커족은 옥저의 후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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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수민족 어원커족은 옥저의 후예일까

입력
2018.11.15 04:40
수정
2018.11.15 09:5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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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자 김인희

‘숲속의 사람들 어원커족’ 발간

데릴사위 등 고구려 풍습 남아

스스로도 “고러에서 왔다”

어원커족 샤먼의 모자.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어원커족 샤먼의 모자.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중국도 옥저(沃沮)라면 지린성(吉林省) 동북쪽까지 진출했다고 보는데, 우리는 다들 함경도쯤으로만 압니다. 고대사 얘기 많이 하지만 북방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14일 ‘숲속의 사람들 어원커족’(동북아역사재단 북방연구소)을 낸 김인희 연구위원의 얘기다. 책은 지난해 어원커족을 두고 진행한 한중 공동 연구 결과를 묶은 것이다.

어원커족은 중국ㆍ러시아 접경지대에서 “파란 하늘을 이불 삼고, 대지를 요로 삼고, 북풍을 친구로 삼고, 짐승을 이웃으로 삼아” 살아가는 8만명 정도의 소수민족이다. 이들이 우리 눈길을 끄는 건 스스로 옥저의 후예를 자처해서다.

어원커족의 삶. 순록썰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위에서부터), 결혼을 위해 신부집으로 순록을 타고 가는 신랑, 겨울철 사냥에 나선 어원커족. 김인희 연구위원 제공
어원커족의 삶. 순록썰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위에서부터), 결혼을 위해 신부집으로 순록을 타고 가는 신랑, 겨울철 사냥에 나선 어원커족. 김인희 연구위원 제공

이들의 기원신화는 ‘라마호’라는 호수 인근 높은 산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어원커라는 말 뜻도 ‘거대한 숲에 사는 사람’ ‘고산지대에서 내려온 사람’이란 의미다. 라마호는 오랫동안 바이칼호로 추정됐으나, 1990년대부터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싱카이(興凱)호라는 주장이 나왔다. “1960~70년대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소수민족 실태 조사를 벌인 기록을 보면 어원커족 스스로 ‘우리는 고려에서 왔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어요. 어원커족 샤먼이 부르는 무가(巫歌)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고요.” 이런 주장들이 반영돼 지금 어원커박물관에는 공식적으로 바이칼 기원설과 함께 ‘옥저 기원설’도 기록되어 있다. 고구려의 공격을 받은 뒤 옥저의 일부가 말갈로 떨어져 나갔고, 이들이 어원커족이 됐다는 스토리다.

어원커박물관에 설치된 옥저기원설 안내문.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어원커박물관에 설치된 옥저기원설 안내문.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한ㆍ중학자들은 지난해 현지답사도 갔다. 서옥제(결혼 전 사위가 처가에 머뭄), 부경(집집마다 마련해둔 자그마한 창고) 등 고구려와 비슷한 풍습이 지금도 남아 있다. 김 연구위원은 “소수민족이라면 흔히 고립된 원시부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자기 민족에 대한, 자기 문화에 대한 의식이 또렷했다”고 전했다.

어원커족의 창고 '카오라오바오'. 나라에 큰 창고가 없고 집집마다 별도의 자그마한 창고 '부경'을 설치했던 고구려 풍습과 닮았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어원커족의 창고 '카오라오바오'. 나라에 큰 창고가 없고 집집마다 별도의 자그마한 창고 '부경'을 설치했던 고구려 풍습과 닮았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문화인류학자인 김 연구위원은 중국 남부 소수민족 묘족(苗族)이 중국으로 끌려간 고구려 유민일 것이란 주장을 담은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푸른역사)이란 책을 2010년 냈었다. 과도하게 고대사를 부풀리는 쪽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감수하겠다며 내놓은 주장이었다. 이번 연구도 비슷한 느낌이다.

“묘족은 귀족의 후예라 많은 흔적과 증거들을 남겼지만, 어원커족은 그렇지 못해요. 묘족과 달리 어원커족은 옥저의 후예라는 사실을 입증하긴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북방지역 소수민족에 대한 정리와 이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업이지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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