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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멈춰 선 대통령의 ‘식사 정치’

입력
2018.11.14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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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해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해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저녁 시간을 누구와 어떻게 보낼까. 청와대가 대통령의 공식 일정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어 비공식 일정, 특히나 업무 시간 이후의 행보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가깝다는 한 중진 의원에게 들은 얘기가 어렴풋이나마 궁금증을 해소하는 단초가 될 듯하다. 그가 이 총리를 상대로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저녁 식사를 주로 관저에서 혼자 한다. 이렇게 절제된 생활을 하는 건 밤 늦게까지 들여다 봐야 할 업무 서류가 많아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발표할 메시지를 직접 다듬고, 실무자를 꼼짝 못하게 할 정도로 업무에 해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녁 식사 자리에는 종종 임종석 비서실장이 배석한다. 임 실장이 실세라는 얘기를 듣는 이유가 이처럼 문 대통령과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임 실장과 식사를 하다가 간혹 술 한잔 생각이 날 때면 이 총리를 관저로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식사 정치’는 이게 전부다. 특별한 만찬 행사가 아니면 문 대통령의 저녁 식사 자리에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 동석하는 셈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달랐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하기를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현안과 관련된 장관, 교수들을 관저로 불러 식사를 함께 했다. 참모들도 현안이 없는 휴일 집에서 쉬고 있다가 ‘밥 먹으러 오라’는 번개 호출을 자주 받았다. 참여정부 첫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은 “우리 내외랑, 문희상 비서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부부가 번개 회동 단골 멤버였는데 거의 인권침해 수준이었다”고 회고했다.

정권 출범 1년 6개월을 맞은 지금 여전히 많은 국민이 문재인 정부에 지지를 보낸다. 적폐청산의 시간을 거쳐 포용국가와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지 좌표도 보다 선명해졌다. 하지만 정권이 지나온 거리만큼 일방주의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다.

논란이 분분한 경제부총리ㆍ청와대 정책실장 투톱 동시 교체가 신의 한 수일지, 땜질 처방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문 대통령이 웬만해선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는 진한 인상을 남긴 건 분명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대통령이 남의 말 안 듣기로 유명하다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이기를 바랐는데 이번 인사를 보면 대통령의 고집이 대단한 것 같다”고 촌평했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유능하되 ‘예스맨’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해 온 청와대 ‘왕수석’ 출신 김수현 정책실장 조합은 결국 청와대 뜻대로 정책을 끌고 가겠다는 의미라는 게 시장과 정치권의 냉정한 평가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도 저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던 문 대통령의 초심은 어디 갔냐고 묻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야의 대화가 끊기고 대결의 정치로 가는 데엔 무조건 비판부터 하고 보는 야당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권도 상대를 적으로 몰고 자신들만 선이라고 보는 독선적 태도나, 겉으로는 대화하자면서 야당이 지리멸렬하니 이 때다 싶어 밀어붙이는 이중적 태도는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당장 경제 투톱 인사에 환경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까지 맞물리자 야당들이 발끈하고 청와대가 공들인 여야정국정상설협의체 후속 회의는 멈춰 섰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직 인사가 벌써 10명째다.

결국 대통령이 소통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본보가 지난해 유인태 사무총장에게 새 정부의 ‘Do Not 리스트’를 요청했더니 “대통령은 단 한끼도 ‘혼밥’하지 말라”는 조언을 첫째로 꼽았던 기억이 난다. 꼭 국회의원, 참모가 아니어도 좋다. 친인척이나 친구, 기업인이면 어떻나. 생각이 다른 사람과 만나면 금상첨화다. 빙 둘러 앉아 밥을 먹다 보면 어색한 분위기도, 맺힌 오해도 풀어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비서실장이라도 대통령의 ‘밥 메이트’ 역할을 전담하는 게 좋기만 하겠나.

김영화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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