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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내용도 모르는 채로 아는 체하다

입력
2018.11.14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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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발음과 형태 때문에 혼동하는 말들이 꽤 있다. ‘채’와 ‘체’ ‘째’도 그러한 말이다. 먼저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라는 뜻을 나타내며 ‘-ㄴ/은/는 채’의 꼴로 주로 쓰인다. ‘노루를 산 채로 잡다’ ‘옷을 입은 채 물에 빠지다’ ‘내용도 모르는 채 회의에 참석하다’ 등과 같이 쓰인다. ‘체’는 ‘척’의 동의어로, ‘그럴 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뜻한다. ‘보고도 못 본 체하다’ ‘굶고도 먹은 체하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다’ 등과 같이 쓰인다. ‘채’와 마찬가지로 주로 ‘-ㄴ/은/는 체’ 꼴로 쓰이기 때문에 둘의 철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나 의미상 분명히 구분된다. 문법적으로 보았을 때는 둘 다 의존 명사이기 때문에 앞말과 띄어서 쓴다.

‘-째’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의미상으로는 ‘채’와 유사한 면이 있다. ‘그대로’ ‘전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말의 품사와 띄어쓰기에서 차이가 있다. ‘채’는 의존 명사라 동사나 형용사 뒤에서 띄어서 쓰는 반면, ‘-째’는 접미사라 명사 뒤에 붙여서 쓴다. 그래서 ‘껍질째 먹다’ ‘냄비째 식탁에 놓다’ ‘통째로 옮겨 오다’ 등과 같이 쓴다. 이를 ‘냄비채 가져오다’ ‘통채로 먹다’ 등과 같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와는 좀 다른 ‘채’와 ‘체’도 철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를 내다’에서 쓰인 ‘채’와, ‘밀가루를 체에 치다’에서 쓰인 ‘체’이다. 전자는 ‘어떤 동작 따위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를 이르는 부사이고, 후자는 ‘가루를 곱게 치거나 액체를 거르는 기구’를 뜻하는 명사이다. 이 둘도 철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함께 기억하면 좋을 듯하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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