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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는 가라… 민주당 ‘응칠의 도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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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는 가라… 민주당 ‘응칠의 도전’ 시작됐다

입력
2018.11.13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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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생 ‘응답하라 1970’ 정치세력화 꿈틀] 

 박주민, 김해영, 박용진 등 40대 초선 9명 

 19일부터 전국 돌며 토크콘서트 개최키로 

 여권 내 ‘신40대 기수론’ 주역 될지 관심 

더불어민주당 ‘응칠’(응답하라 1970) 모임 구성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응칠’(응답하라 1970) 모임 구성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20년 집권론’으로 무장한 여권에서 차기를 준비하는 세대적 움직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현 여권의 중추집단인 86세대(80년대 대학을 다닌 60년대생)의 ‘스크럼 정치’를 대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변화의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1970년대생, 40대 초선 의원 9명이 그 중심에 섰다. 앞으로 ‘응칠’(응답하라 1970)이란 이름으로 전국을 돌며 시민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시민과의 거리를 좁혀 ‘경청하는 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가까이는 2020년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멀게는 여권의 집권기반을 확장하고 유망한 차기 정치인을 화수분처럼 양산하기 위한 쇄신운동이다. 범여권의 세대교체가 촉발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의 주축인 86세대와 구분되는 새로운 정치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이 열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응칠’로 뭉친 민주당 40대ㆍ초선 9人... ‘소확행의 정치’ 

응칠 모임을 구성하는 40대 초선 의원 9명의 면면부터 화려하다. 민주당 새 지도부를 뽑은 8ㆍ25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고위원 1위를 차지한 ‘거리의 변호사’, 1973년생 박주민(만44) 최고위원과 40대ㆍ초선 돌풍의 또 다른 주역인 77년생 김해영(41) 최고위원이 함께 한다.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에 앞장서며 올해 국정감사 최고 스타로 떠오른 71년생 박용진(47) 의원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박 의원과 동갑내기인 강병원 원내대변인과 친문 핵심 전재수 의원, 주빌리은행 설립을 주도한 서민금융 전문가 제윤경 의원이 모임의 맏이 격이다. 여권 내 전략가로 통하는 73년생 강훈식(45) 전략기획위원장과 동갑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김병관(45) 의원, 74년생 이재정(44) 대변인이 구성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응칠’(응답하라 1970) 모임 구성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응칠’(응답하라 1970) 모임 구성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이들은 오는 19일 서울 홍대에서 ‘서태지 아는 사람, 다 모여라’를 제목으로 첫 토크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청년과 미래를 주제로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한 뒤, 향후 입법 활동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이후 전국 각지를 돌며 ‘경청투어’를 이어간다. 강훈식 의원은 “서태지를 안 다는 건 한 시대에 대한 기억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 이상이다”며 “그들만이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에너지를 우리사회 미래와 공동체를 위한 아이디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에너지로 결집시켜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청투어는 앞선 3월 박주민ㆍ이재정 의원과 김경수 당시 의원이 공동주최한 ‘시민평의회’ 형식의 토크콘서트 ‘중구난방(衆口難防)’을 본떴다. 중구난방은 “대중의 입은 막을 수 없으니 잘 들으라는 뜻”이라고 박 의원은 해석한다. 국회의원이 직접 시민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해 의정 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금껏 보지 못한 ‘소확행의 정치’(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가자는 데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 별개로 임신부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거나, 국회의원 투표권을 가진 주민 30명 이상이 면담을 신청할 경우 이를 원칙적으로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의 의정 활동이다.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또한 궁극적으로는 소확행 정치와 닿아 있다. 제윤경 의원은 “민생 현장에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고,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치를 시민의 삶 속으로 더 가까이 가져가야 소확행의 정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참여연대, 정치하는엄마들, 민변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유치원비리근절을 담은 '박용진 3법'의 연내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참여연대, 정치하는엄마들, 민변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유치원비리근절을 담은 '박용진 3법'의 연내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6세대 잇는 허리세대, 2030세대 견인”... 여권 세대교체 서막 

응칠 모임은 지역이나 출신, 계파가 저마다 제각각이다. 20대 국회 입성 이후 의정활동에서도 뚜렷한 개성을 보여왔다. 이런 이들이 응칠이란 이름으로 뭉칠 수 있게 된 데는 ‘낀 세대’ 정서가 접착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윗세대에 밀리고 아래 세대에 치인 세대라는 자조적 의미가 없지 않지만, 한편으론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 사이에서 두 가지 감성이 중첩된 쌍방향 세대라는 특성이 소통에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응칠 모임이 여권 내에서 세대간 가교 역할을 자임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특히 원내 중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86세대와 원외의 2030세대를 잇는 허리세대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보이고 있다. 한 의원은 “86세대가 먼저 길을 터주고 후배들이 정치적 자산을 쌓을 수 있도록 해 준 것처럼 이제는 40대가 중심이 돼 20대, 30대가 자신들만이 정치적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1987년 10월 고려대에서 열린 ‘거국중립내각 쟁취 실천대회’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시종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YS 와 DJ.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7년 10월 고려대에서 열린 ‘거국중립내각 쟁취 실천대회’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시종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YS 와 DJ.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응칠 모임 등장이 여권 내 세대교체 흐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위주의 독재세력에 맞서 민주화 시대를 열었던 김영삼(YS)ㆍ김대중(DJ) 전 대통령의 ‘40대 기수론’을 언급하며 ‘신 40대 기수론’이 여권내 활력을 키우며 주도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범여권에서 70년대생 그룹이 촛불혁명의 주역으로 적폐청산을 주도하고 있지 않느냐”며 “개인기 측면에서 YSㆍDJ에 못 미칠 순 있어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하는 연대를 이룬다면 폭발력이 더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초선 의원은 “향후 정치행보와 성과물에 따라 70년대생 그룹이 86세대와 2030세대를 앞뒤에 두고 ‘구시대의 막차’가 될지, ‘새시대의 선도차량’이 될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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