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잘됐다” vs “관료 관리 실패” 평가 엇갈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진 기획재정부 차관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 경질에 대한 평가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미묘하게 엇갈린다. 우선 경제정책을 놓고 청와대와 거듭 각을 세운 김 부총리 교체는 시간문제였다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집권세력이 경제 관료 관리에 실패했다”는 자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김 부총리는 새 정부의 경제 틀을 잡아달라는 기대 속에 발굴했던 인물”이라며 “부총리로서 권한을 뺏은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경제에서 하나라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국민들도 신뢰를 가지고 박수를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민주당 내에는 거듭된 소신 발언으로 장하성 정책실장과 불협화음을 일으켜온 김 부총리 경질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보다는 차라리 잘 됐다는 평가가 더 많은 편이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우리 경제가 위기가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어떻게 보면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라고 답한 것이 결정타였다. 소득주도 성장을 놓고 장하성 정책실장과 수차례 대립해 시장에 혼선을 준 데 이어, 경질이 임박하자 모든 책임을 현 정권의 이념 성향 탓으로 돌린 듯한 태도를 취한 것에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였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경제 상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 부총리가 자기 탓은 아니라는 식으로 말한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했지만 그렇다고 김 부총리가 혁신성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도 아니었다”고 날을 세웠다. 김 부총리가 박근혜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에서 물러날 때도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들어 관료치고는 너무 자기 중심적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김 부총리는 ‘정치적 의사 결정 위기’ 발언 다음 날 “여야 협치가 중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경질설이 나오자 청와대를 저격한 것”이라는 의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마침 여의도와 세종 관가를 중심으로 김 부총리가 관료에 이은 다음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던 게 이 같은 여권의 분위기를 거들었다. 실제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적인 영입 콜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김 부총리 입장을 이해하는 분위기도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김 부총리는 대통령의 경제철학과 국정운영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름대로 균형 있는 변화를 추구하던 인물”이라며 “결국 현 정부 핵심들이 가치관이 다르다고 보고 교체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김 부총리가 지난달 규제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현실이고 실력’이라고 한 점과 관련해 “사실상 정부의 실력이 없다는 소리였다”며 “집권세력의 관료를 다루는 능력이 드러난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자성했다.

청와대가 2기 경제라인 인사를 통해 기존 ‘경제부총리(혁신성장)ㆍ정책실장(소득주도성장) 투톱 체제’에서 경제부총리 원톱 체제로 바꾼 것도 김 부총리 인사에 대한 반면교사의 성격이 짙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야전사령탑으로서 경제를 총괄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김수현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국가의 설계자”라며 역할을 구분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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