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회 2사 만루 기회를 놓친 허경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1차전 연장 11회말 1사 만루. 두산 오재일의 타구가 우익수 방면으로 얕게 뜨면서 NC 나성범에게 잡혔다. 타구 비거리도 짧은데다 투수 출신 나성범의 강력한 어깨를 감안하면 3루 주자는 홈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 하지만 3루 주자였던 ‘숨은 MVP’ 허경민은 그 짧은 순간에 홈으로 파고들었고, 누구도 예측 못한 극적인 끝내기 점수를 만들어냈다. 팽팽하게 맞섰던 1차전 승리에 힘입어 그 해 두산은 NC를 시리즈 전적 4-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가을야구에서 유독 존재감을 뽐내는 ‘가을 사나이’로는 단연 SK의 박정권(37ㆍSK)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하지만 SK와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두산에도 박정권 못지않은 가을 남자가 있다. ‘추(秋)경민’ 허경민(28)이 바로 그렇다.

포스트시즌에서 허경민의 활약은 눈부시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10타수 4안타를 치며 ‘가을 남자’로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어 2015년 가을야구에서는 타율 0.426(23안타 10타점 12득점) 2016년에는 0.474(9안타 6타점 4득점), 2017년에는 0.291(7안타 4타점 5득점)을 기록했다. 가을 야구 통산 타율이 41경기에서 0.374로, 팀 내 김재환(0.315), 오재원(0.298), 정수빈(0.282) 등을 훨씬 웃돈다.

특히 지난 2015년 정규시즌 3위였던 두산이 넥센, NC, 삼성을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허경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2016년에도 한국시리즈 MVP는 양의지가 받았지만, 허경민은 마지막까지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됐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도 타율 0.324에 득점권 타율은 0.350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비 실책도 133경기에서 단 7개에 그친다.

허경민이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안타 후 SK 로맥의 태그에 앞서 베이스를 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허경민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3차전까지 타율 0.231(13타수 3안타)로 방망이가 싸늘하게 식었다. 타점ㆍ득점은 아예 없다. 3차전 마지막 두 타석에서 연속 안타를 뽑아내긴 했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방망이야 단기전 부침이 있을 수 있다 해도 그간 견고하던 수비에서도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듯 불안하다. 4-1로 리드를 하던 2차전 7회 2사 1루에서 송구 실책으로 2사 2ㆍ3루를 만들어줬고 후속 적시타로 4-3까지 쫓겼다.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자칫 경기를 내줄 뻔한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3차전에서도 6회 3루 강습 타구를 1루에 악송구하는 바람에 아웃카운트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1차전 9회 SK 김강민의 좌익선상 안타도 비록 잘 맞은 강습 타구였지만 허경민이었기에 두산으로서는 아쉬운 장면이었다. 또 2회 김성현의 3루 땅볼 때도 뒤로 물러서면서 공을 처리, 실책은 아니었지만 평소 그답지 않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5일 허경민이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우전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은 3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몰려 있다. 타율 1위, 타점 1위, 팀 최소 실책 1위(77개)의 두산답지 않은 경기 내용이었다. 두산이 전세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가을 남자’ 허경민의 활약이 꼭 필요하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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