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티스트 이동기 작가 개인전
이동기의 2018년작인 ‘스누피’. 피비갤러리 제공

미국과 일본의 만화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와 아톰을 섞은 캐릭터 ‘아토마우스’로 한국 팝아트의 세계를 열었던 이동기의 작품에서 아토마우스가 사라졌다. 한국의 팝아트 1세대 작가인 그의 근작을 통해 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동기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북촌 피비갤러리 전시장에는 최근 3년간 작업한 절충주의와 추상화 연작 6점이 소개된다. 가로 4m, 세로 2m가 훌쩍 넘는 대형 신작인 ‘스누피’는 미국 만화 캐릭터 스누피를 비롯해 기하학적인 패턴과 얽힌 선들, 일본 만화와 옛날 전화기, 자동차 광고, 한국 만화, 북한 선전 포스터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 사용된 이미지간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 작가는 “논리적으로 잘 정돈하기보다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비합리적으로 보이도록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동기의 ‘핑크 팬더’. 피비갤러리 제공

미국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핑크색 표범 위로 원과 삼각형의 기하학적 패턴과 단어가 겹쳐져 있는 ‘핑크팬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통용되는 기호인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인물과 점 등 여러 이미지가 중첩된 ‘해쉬태그’도 이동기의 ‘절충주의’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작가는 하나하나는 친숙한 이미지들이지만 이를 비합리적이고 이질적으로 중첩한 것을 편의상 ‘절충주의’라고 했다. 작가는 “전체적으로는 낯설고 이질적으로 보여지지만 작품을 보는 관객 저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가 다 다를 것”이라며 “관객은 스스로 눈에 띠는 이미지를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관객마다 생각하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고르거나, 영감을 준 이미지를 보관해뒀다가 사용한 것이다. 1967년생인 작가가 1980~90년대 대중문화를 많이 접했던 영향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

이동기의 ‘날 정상에 데려다 줘’. 피비갤러리 제공

한발 더 나아가 작가는 추상화로 영역을 넓힌다. 노란 바탕에 미세한 점들이 그려진 그림 위에 무채색의 사각 블록들이 얹어진 ‘날 정상에 데려다 줘’는 ‘모든 것을 다뤄보고 싶다’는 작가의 욕망을 대변한다. 작가는 지금까지 아토마우스 등 구체적인 캐릭터를 사용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다뤘다면(구상), 이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초월한 다른 바깥 세계를 그리고자 하는 데(추상)로 뻗어간다. 작가는 “하나의 틀에 나를 가두기보다 백과사전처럼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따르는 스승의 영향도 컸다. 홍익대 미대 출신인 이 작가는 박서보, 하종현, 이대원, 정상화 등 단색화 대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비록 같은 길을 가지는 않았지만 추상화는 그의 무의식에 남아 있었다. 작가는 “출발은 반대 지점에서 했지만 작품을 하면서 추상에 대한 욕구, 관심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9일까지.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이동기 작가가 7일 서울 북촌 피비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전시한 ‘스누피’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이동기 작가가 1995년에 선보였던 아토마우스 캐릭터. 피비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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