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송파구 한국백신상사에서 관계자들이 비소가 검출된 일본산 도장형(경피용) BCG 백신을 회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소 백신 파동으로 백신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체 검사도 하지 못하고 문제의 백신이 얼마나 접종됐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은 당국의 안이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비소는 강한 독성물질이며 1급 발암물질이다.

결핵을 예방하기 위해 생후 4주 이내 신생아에게 접종하는 BCG 백신은 투여 형태에 따라 어깨 피부에 15도 각도로 주사하는 피내용(일명 불주사), 9개 정도의 바늘이 달린 도장을 찍어 주입하는 경피용으로 나뉜다. 피내용은 덴마크에서, 경피용은 일본에서 전량 수입한다. 피내용이 정확한 용량을 주사할 수 있고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물량 부족 사태를 수 차례 겪었고, 어깨에 흉터가 남는다는 이유로 경피용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비소가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것은 ‘BCG 경피용 백신’이다. 식약처는 최근 이 백신을 전량 회수 조치했다.

식약처는 현재 문제의 경피용 백신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9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식약처는 자체 검사를 하거나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말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자체 검사에 대해 정 위원장은 “비소 검출을 식약처에서 검사해서 파악한 게 아니고 일본 후생성에서 올해 8월에 이미 알고 제조를 못하게 한 것을 (식약처가) 뒤늦게 알아서 전부 회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피내용은 국가에서 무료 예방접종을 하기 때문에 몇 명에게 맞혔는지 확인되는데, 경피용은 총 수입량 정도만 확인되기 때문에 얼마나, 어떤 식으로 접종되고 있는지 파악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 보건 당국이 백신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수입 백신 부적합 파동 이후) 2007년부터 엄청난 예산을 들여 백신 국산화 사업을 진행했는데 2021년에야 생산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어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빨리 국산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 후생성에 의존할 게 아니라 의약품 수입검사제도를 한국 식약처가 주도해야 더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백신에서 검출된 비소의 양은 최대 0.039㎍으로 하루 최대 허용량의 38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1급 발암물질인데다 영아들의 경우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부모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파동 관련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수십 개 올라왔다. ‘BCG 주사 접종시킨 못난 아빠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네티즌은 ‘식약처, (수입사인) 한국백신 홈페이지 다 들어가서 방법이 있나 찾아봤더니 안전성만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번만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 늑장 대응한 관계자와 수입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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