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경제 불평등이다.” 미국 흑인이 들으면 깜짝 놀랄 이 발언을 한 사람은 유명 흑인 래퍼 칸예 웨스트(41)다. 그는 미국 최고의 대중음악상인 그래미어워즈에서만 트로피 21개를 받았다. 2004년 데뷔 후 내놓는 앨범마다 100만장 이상 팔렸다. 유명 래퍼이면서 음반제작자, 디자이너로도 명성을 쌓았다. 배우자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만으로도 SNS를 들썩이게 하는 모델 킴 카다시안(38). 부부가 집을 나서는 순간 뉴스가 만들어진다. 웨스트는 힙합계 거물이지만, 행동과 인식은 여느 래퍼들, 보통 흑인들과 다르다.

□ 힙합은 흑인의 울분을 담은 음악으로 여겨진다. 백인 지배 사회를 비판하는 가사가 대부분이고, 래퍼들은 폭력배와 연루된 경우가 흔했다. 웨스트는 ‘거리의 음악’인 힙합을 주류 음악으로 끌어올렸다. 웨스트를 기점으로 힙합은 중산층 젊은이도 즐기는 음악이 됐다. 상업적 성공에 비례해 웨스트의 사회적 영향력도 커졌다. 그는 2024년 미국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 높은 인기에 도취한 걸까. 웨스트는 예상치 못한 말과 행동으로 비난을 자초해 왔다. 특히 흑인 공동체가 반감을 가질 만한 언행으로 도마에 오르곤 했다. 6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과정에서 그는 새삼 문제적 인물로 떠올랐다. 오래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내비치곤 했던 그는 지난달 12일 백악관을 방문해 “사랑한다”며 트럼프를 껴안았다. “흑인들은 민주당을 떠나라”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빗댄 ‘블랙시트’(Blaxit)라는 문구가 적힌 셔츠를 디자인해 팔기도 했다.

□ 그러나 웨스트는 중간선거 직전 시카고 시장 민주당 후보 아마라 엔야에게 12만6,000달러를 기부했다. 트럼프와의 밀착을 후회하듯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웨스트는 중산층 출신이다. 아버지는 저널리스트였고, 2009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교수였다. 흑인 공동체에선 소수파에 해당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란데다 성인이 돼 막대한 부를 쌓았으니 흑인 대다수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간선거로 미국의 세대간, 계층간, 인종간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다고 한다. 웨스트의 좌충우돌 언행은 미국 사회의 갈등이 매우 복잡다단하다는 징후에 다름 아니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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