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북미회담 연기 되풀이 ‘3가지 요인’

1. 2차 정상회담 미루며 압박하자 核 병진 노선 복귀 시사
2. 美 “대북 대화 자체가 시혜” 인식… 美의 ‘北 길들이기’
3. 만남 자체에 과도한 의미… 톱다운 협상의 구조적 한계
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다고 7일 밝혔다. 미 국무부는 "서로의 일정이 허락될 때 회담 일정이 다시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7월7일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오른쪽) 국무장관이오찬장에서 김 부위원장의 안내를 받는 모습. 평양=로이터 연합뉴스

상호 합의로 일정이 잡혔던 고위급 북미 회담이 열리기 직전에 돌연 미뤄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벌써 세 번째다. 외교사상 이례적 패턴은 회담 자체에 큰 의미가 부여되는 ‘톱다운’(하향식) 협상의 구조적 한계와 파격을 불사하는 두 북미 정상의 성향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정된 고위 북미 접촉이 처음 무산된 건 올 5월 24일이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측이 보여준 극도의 분노와 노골적 적대감”을 이유로 거론하며 6ㆍ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거라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 서한 형태로 전격 통보했다.

석 달 뒤(8월 24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네 번째 방북 계획이 발표 직후 갑자기 취소됐다. 이번에도 테이블을 엎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당시 적대적 내용이 담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비밀 편지가 불발 배경이 됐다고 당시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번의 경우 회담 예정일(8일) 하루 전에 미 국무부가 북미 고위급 회담의 연기 사실을 발표했고, 북측이 ‘서로 일정이 분주하니 연기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되풀이되는 회담 연기의 요인은 대략 세 가지다. 우선 미국의 ‘북한 길들이기’다. 5, 8월이 이에 해당한다. 민주당ㆍ공화당 상관없이 미 정부는 대북 대화 자체를 시혜(施惠)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때문에 북한이 고분고분하지 않을 경우 “기껏 만나줬더니 은혜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 탓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국무부는 “순전히 일정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세 번째 회담 연기가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내년으로 미루는 미국의 강수에 종전(終戰)선언을 연내 마무리한 뒤 비핵화와 제재 완화 교환을 위한 본격 협상에 착수하려던 구상이 꼬인 북한이 핵ㆍ경제건설 병진 노선 복귀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초강수로 응수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강경론을 밀어붙이던 1~6월, 상호주의 원칙에 합의해 가는 6~10월, 비핵화ㆍ상응조치 교환 구도가 구체화하는 10월 이후 등 북미 관계 단계마다 큰 회담이 취소되는 고비가 있었지만, ‘동시ㆍ단계적 교환’이라는 북측 요구가 관철돼 왔다는 게 큰 흐름”이라며 “북한이 배수진을 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회담 성사 사실의 의미가 내용을 압도해버리는 트럼프ㆍ김정은 협상 방식의 특성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톱다운 협상의 경우 ‘빅딜’로 협상을 가속화할 수 있지만 정작 테이블 펴기가 어려워 실무회담마저 중단되는 교착 상태를 초래하기 일쑤라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외교 관례를 좀체 안 지키는 트럼프 대통령, 실무진한테 권한을 주지 않는 김 위원장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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