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지 투고… “기존 검증보다 시간 비용 줄어”

한국ㆍ미국ㆍ중국ㆍ프랑스 등 6개국 15개 연구기관의 중성미자 과학자들이 “북한 비핵화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8일자(현지시간)에 투고한 200자 원고지 4매 분량의 의견서에서 “북한 영변 원자로 인근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하면 원거리에서도 폐쇄회로(CC)TV 도움 없이 24시간 원자로의 가동 상황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견서 저자로 참여한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중성미자 검출기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 검증 수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감시나 핵시설 폐쇄를 검증하기 위해 각국 원자력발전소에 CCTV를 설치하거나 해당 국가를 방문해 직접 점검에 나서고 있다.

중성미자는 가벼운 원자가 서로 결합하는 태양 내부 핵융합 반응이나, 원자력 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이 붕괴할 때 나오는 입자다. 모든 물질을 뚫고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유령 입자’라고도 불린다. 인체도 통과하지만 해롭지는 않다.

역시 저자로 이름을 올린 서선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연구위원은 “영변 핵시설 밖으로 나온 중성미자 개수를 측정하면 현재 원자로의 가동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로에선 1초에 1GW(기가와트) 출력당 2해개(1해개는 10의 20제곱)의 중성미자가 생성된다.

이미 국내에선 전남 영광 한빛 원전의 원자로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검출해 이 물질의 성질을 밝히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는 “영변 핵시설에서 1㎞ 남짓 떨어져 있는 약산 지하 100m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하면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장비와 같은 재원으로도 비핵화 검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400톤에 달하는 거대한 검출 장비를 북한 핵시설 주변 땅 밑에 설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편 학술지를 통해 과학자들이 민감한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이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서 연구위원은 “물리학의 최첨단 기술이 인류 평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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