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 정책 등
정부의 친기업 행보에 반발
여권선 대놓고 총파업 반대
김명환(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노동법 개악저지와 ILO핵심협약 비준 및 8대입법과제 요구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촛불 동지’였던 현 정부와 민주노총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경제ㆍ고용 지표 악화의 돌파구로 친 기업 정책을 펴는 정부와, 강경 원칙론을 고수하는 민주노총이 번번이 부딪치면서 정부가 공 들여온 사회적 대화 판까지 흔들리는 모양새다.

8일 민주노총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에 대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며 “노동조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는 무지하고 오만한 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임 실장이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노조라고 해서 과거처럼 약자일 수는 없어 민주노총이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양측의 험악한 기싸움은 이번만이 아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탄력적 근로제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민주노총 등을 겨냥, “노동계는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대화에 임해 달라”며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 주체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민주노총의 11월 총파업 결정에 대놓고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노ㆍ정 관계 경색의 1차 원인은 경제ㆍ고용지표에 따른 여론 악화로 정부ㆍ여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노동 존중’과 관련한 국정과제를 뒤로 미뤄둔 채 규제완화 등 친 시장 행보에 주력하는 데 있다. 정부ㆍ여당이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이어 최근 탄력 근로제 확대 등 노동계가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사안들에까지 메스를 들이대면서 노동계에서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도 함부로 손 대지 않았던 사안까지 건드린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정부ㆍ여당 vs 민주노총 대립 쟁점-박구원기자

하지만 민주노총이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위한 내부 설득에 실패하는 등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범정부 채용비리근절 추진단이 진상 규명에 착수한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과, 광주형 일자리 반대 등으로 조직 이기주의라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은 정부ㆍ여당의 마음을 떠나게 하면서 더더욱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된 상황이다.

양측의 갈등은 일시적인 경색으로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 여야정 협의체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함에 따라 노정 관계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은 9일 회동을 갖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정부가 집권 3, 4개월 만에 철도 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을 거치며 결국 ‘마이웨이’로 갔던 전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대화를 강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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