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13만여자를
행오스님, 6㎜ 궁체로 공개
김경호 원장은 내년 美 전시
행오스님이 '야납 행오 사경전'에 출품한 금사경 작품. 행오스님 제공

지난달 충남 예산 수덕사 불상에서 발견된 희귀 불경 9점 중 학자들의 눈길을 끈 유물이 있다. ‘자비도량참법’이다. 목판본이 아니라 여말선초 손으로 쓴 사경 작품으로 희소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사경은 경전을 손으로 한 글자씩 옮겨 적은 행위를 말한다. 한 글자 크기가 최소 2~3㎜밖에 안돼 정교한 기술과 인내가 필요하다. 인쇄술 발달을 넘어 디지털로 소통하는 21세기에도 사경은 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경 작가가 있을 뿐 아니라 볼펜으로 따라 써볼 수 있는 사경집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사경은 예술작품으로, 불교 수행의 수단으로 21세기에도 살아있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사경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수덕사 사경 발굴과 더불어 사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행오 스님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야납 행오 사경전’을 열었다. 스님은 8년에 걸쳐 묘법연화경 전 7권을 한국 번역본으로 새겨 이를 첫 공개했다. 경문 13만여 자를 6㎜ 크기의 한글 궁체로 사경했다. 허락 작가는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에서 금사경 특별전을 개최했다. 행오 스님은 “사경은 베껴 쓰기가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며 “결과물이 예술로 남는 수행 방법은 사경만이 갖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금으로 필사하는 금사경. 온도와 습도까지 섬세하게 조절해 작업을 진행한다. 사진은 김경호 한국전통사경연구원장이 금사경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전통사경연구원 제공

국내 사경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고려시대 사경 기술은 중국을 추월해 역수출되기도 했다. 충렬왕 16년(1290)에 두 번에 걸쳐 원나라에 사경승 100명을 보냈고, 이후에도 몇 차례 사경승을 파견해 대장경을 제작해줬다.

사경은 조선시대를 거치며 600년간 맥이 끊기다시피 했으나, 2002년 창립된 한국사경연구회가 전통 사경을 복원해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 들어선 참회와 공덕이 함께 이뤄지는 수행법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국내 사경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려는 전시도 열린다. 40년간 사경을 이어온 김경호 한국전통사경연구원장은 내년 3월 13일부터 5월 9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국 티베트 작가 초청전’에서 손수 새긴 사경 작품을 외국인에게 선보인다. 김 원장은 “사경은 ‘문명의 어머니’로 통칭되는 인쇄문화 개발을 촉진시켰으며 한국이 세계 인쇄문화 종주국으로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2일 뉴욕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경 관련 강의를 하기도 했다.

사경이 국내외 새롭게 조명 받고 있지만 전승 계승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사경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이 안 돼 있어서다. 김 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정식 인정한 연구가가 아니고 사경에 관한 국민적 관심도 적어서 전승에 어려움이 많다”며 “한국인보다 오히려 외국인이 사경의 예술성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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