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1일 옛 새누리당을 탈당하기로 결의한 유승민(왼쪽)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는 ‘보고 싶다’고 했지만, 또 다른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오지 않아 섭섭하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마 그도 또 다른 그가 오지 않을 것을 예견했을지 모른다. 사실 그래야 더 할 수 있는 말이 많기도 하다. 그 덕에 ‘러브콜’의 신호탄은 쐈다.

김무성ㆍ유승민, 두 정치인 얘기다. ‘그’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고 ‘또 다른 그’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7일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의 정책토론회에 두 사람 모두 참석할 줄 알았는데, 유 의원은 불참했다. 만남이 성사됐다면, 공개적인 대면은 1년 만이다. 행사도 하기 전에 언론이 먼저 상봉의 그림을 그리며 설레발 보도를 한 것도 그래서다.

두 사람은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극과 극의 화법, 정반대의 정치 스타일을 지닌 의원들이다. 그래도 ‘박근혜 탄핵’이라는 정치 목표에 동의해 한 때 ‘신당(바른정당) 창당’을 도모했다.

이들의 정치 역정은 끊임없이 교차했다 멀어지는 쌍곡선을 닮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다른 게 아니다. 그 바탕에는 달라도 너무 다른 화법이 한 몫 할 것이다.

◇샤이 유승민, 사나이 김무성
지난해 3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 선출대회에서 김무성(왼쪽) 의원이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에게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7일 두 의원의 대처가 이들의 정치언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직 할 말이 없는 유 의원은 일부러 참석하지 않은 것이고(유 의원 쪽은 다른 일정이 늦어진 탓도 있다고 설명은 하지만), 유 의원과 함께 하고자 하는 김 의원은 나가서 자락을 깔아 둔 거다.

김 의원은 행사장에 유 의원이 오지 않자 “나도 유승민 (전) 대표를 보고 싶었는데 섭섭하다”고 말했다. 최근 1년 간 두 사람이 따로 만나거나 연락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들은 바른정당 시절인 지난해 11월 5일 자유한국당과 통합 전당대회 여부를 놓고 벌인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다시 갈라섰다. ‘다시’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잠시 결별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서다.

김 의원은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도 하고 하는데 언론에서 자꾸 나하고 소원하다고 보도해서 제가 오히려 이상하다”고도 말했다. 맞다. 국회에서도 마주치고, 상가(喪家)에서 만난 일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 함께 편하게 밥은 먹지 못하는 사이인 거다.

유 의원의 ‘러브샷 배신감’이 사라졌을 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9월 두 사람의 화해를 꾀하는 만찬에서 이들은 주위 의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러브샷을 하고 입을 맞추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런데 만찬 후반, 김 의원이 ‘유승민 비상대책위’에 제동을 걸면서 분위기가 급랭했다. 유 의원의 처지에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만했다. 이어 두 달 뒤 김 의원의 탈당과 한국당 복당 사태가 이어지면서 갈라진 것이다.

김 의원의 ‘보고 싶다’는 말은 유 의원에게 ‘함께 하자’는 모종의 신호이자, 화해의 제스처다. 김 의원이 바라는 ‘보수대통합’에 유 의원이 빠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결심이 서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는 성정. 그는 ‘침묵이 메시지’인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현재로선 바른미래당을 깰 명분도, 한국당과 통합할 명분도 없으니 말하지 않는 거다. 그래도 좀 얼굴을 비쳐 그림은 만들어 줄 수 있지 않느냐고? 그럼 김무성이지 유승민이 아니다.

◇지키는 정치, 필요의 정치
정치적 고비를 함께한 김무성과 유승민. 첫 줄부터 좌우 순으로,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이던 김 의원과 대표 비서실장인 유 의원. 2015년 4월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였던 두 사람이 회의 탁자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바른정당 창당 직후인 올해 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 지난해 9월 10일 바른정당 만찬에서 주위의 환호에 떼밀려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연합뉴스

유 의원은 ‘지키는 정치’를, 김 의원은 ‘필요의 정치’를 한다. 유 의원은 “(한국당에) 기어 들어 가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말한다. 유 의원은 국정농단 정국에서 ‘보수 개혁’을 외치며 나왔다. 그 뒤 한국당은 비대위를 거듭했지만, 쇄신이나 혁신은 미완이다. 변한 게 없는데, 한국당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게 유 의원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바른미래당이 만족스러울 리도 없다. 6ㆍ13 지방선거 전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손 잡고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사실상 그는 선거 이후 당무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실패를 자인하고 있다.

반면, 김 의원은 ‘필요하다면 합치지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상황론자다. 7일에도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은 선거를 위해서 존재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고 제지하려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화해하고 용서하고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지만, 이건 사실상 유 의원 들으라고 한 얘기다.

유 의원도 보수 통합에는 동의한다. 그는 올해 8월 발간된 바른정당 백서에서 “(6ㆍ1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자유한국당이 더 망해야 한다”며 “저기가 부서져서 바른미래당이 (한국당 내 개혁세력을) 상당 부분 흡수해 보수에서 제일 큰 정당이 된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당의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다.

두 사람이 다시 손을 잡느냐 여부가 아직도 보수통합의 관건이라는 건, 역설적으로 보수진영에 그만큼 구심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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