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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셜록과 닮은 듯 다른 에놀라 홈즈의 탐정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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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셜록과 닮은 듯 다른 에놀라 홈즈의 탐정 성장기

입력
2018.11.08 14:56
수정
2018.11.08 18:5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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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놀라 홈즈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추리 과정으로 독자의 흥미를 끌어낸다. 게티이미지뱅크
에놀라 홈즈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추리 과정으로 독자의 흥미를 끌어낸다. 게티이미지뱅크

에놀라 홈즈 시리즈1 '사라진 후작'

낸시 스프링어 지음

북레시피 발행·260쪽·13,000원

여성판 셜록 홈즈라는 설정부터 구미를 당긴다. 심지어 셜록의 여동생이다. 에놀라 홈즈는 130년을 이어 온 셜록의 명성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일까. 할리우드의 샛별 밀리 바비 브라운을 주연으로 영화 ‘에놀라 홈즈’까지 제작된다니 책장을 열기 전 호기심이 인다.

소설 속 에놀라 홈즈는 오빠를 빼닮은 외모에 총명함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순진하고 어리숙한 14세 소녀다. 격식을 갖춘 드레스보다 자전거 타기 편한 반바지를 즐겨 입는다. 탁월한 추리력에도 불구하고 ‘냉혈한’이라는 소리를 듣는 명탐정 오빠와는 분명 다르다.

에놀라는 몇 년간 오빠를 보지 못한 채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사라졌다. 엄마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를 하나씩 풀어 가며 에놀라는 런던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젊은 후작의 납치사건에 연루되고, 이를 해결하며 조금씩 추리력을 키워 나간다.

총 6권의 시리즈로 출간되는 에놀라 시리즈의 첫 번째 사건이다. 남은 5편이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에놀라가 소녀에서 탐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그려진다. 셜록이 엄마를 따라 사라진 에놀라를 찾아 나서면서 의도치 않게 남매 간 두뇌싸움도 치열하게 펼쳐진다.

주인공에 19세기 초 페미니스트의 색깔을 입힌 시도가 흥미롭다. 영국 중상류층의 전형적인 보수주의를 드러내는 오빠들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에놀라를 용감하고 현명한 인물로 그렸다.

에놀라는 성숙한 숙녀로 가문의 명예를 높이라는 오빠들의 조언을 거스른다. 셜록은 여성을 비논리적이고 천한 존재로 여기지만, 에놀라는 오빠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것들을 안다. 예컨대 셜록은 모자의 챙과 남녀 불평등에 대한 저항, 손수건과 속임수, 깃털부채 등 여성들의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암호를 알 수 없었다. 에놀라는 엄마와 자신만 통하는 암호를 바탕으로 셜록보다 빠르게 사건을 풀어 나간다.

등장인물의 옷차림과 외모, 표정, 거리의 모습까지 빅토리아 시대를 꼼꼼하게 묘사했다. 긴박하게 펼쳐지는 후작 납치 사건이 맞물리면서 재미를 더한다. 청소년 미스터리 탐정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성인이 읽어도 즐거울 만큼 섬세한 필력으로 에놀라의 모험을 그려 낸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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