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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3년차인 박모(29)씨는 매달 한두 번씩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옷을 산다. 학생 때부터 쓰던 체크카드가 익숙해 지난해 만든 신용카드는 한 번에 5만원 이상 결제할 때나 꺼낸다. 반면 지난해 은퇴한 박씨의 어머니 배모(58)씨는 체크카드를 쓰기에는 당장의 통장 잔고가 부담스럽다. 배씨는 온라인 쇼핑보다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여전히 편하다.

우리 사회 20, 30대인 밀레니얼세대(1981~96년생)의 소비 패턴은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세대(1956~63년생)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시기를 맞아 소비를 줄이고 있는 부모 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심각한 취업난 등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어 2년 뒤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 규모를 앞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이 회사 데이터전략본부는 최근 자사 개인회원 중 △베이비붐세대 △386세대(1961~1970년생) △X세대(1971~1980년생) △밀레니얼세대에 속하는 고객(연도별 3,000만~3,080만명)이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결제한 카드 사용 내역 212억6,000만 건을 분석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밀레니얼세대 1인당 월 평균 카드 이용액은 55만9,807원으로 2014년(31만7,176원)보다 76.5%, 연 평균으론 1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386세대(연 평균 7.5%)와 X세대(9.3%)의 증가율보다 높고, 베이비붐세대(6.8%)에 비해선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세대별 소비 증가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년 후인 2020년 밀레니얼세대의 월 평균 카드 이용액은 74만3,715원으로 베이비붐세대 카드 이용액(73만1,402원)을 앞지르게 된다. 밀레니얼세대의 높은 소비성향은 앞선 세대와 다른 소비문화에서 비롯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밀레니얼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지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맞닥뜨린 세대”라며 “상대적으로 현재의 만족감을 위해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태도가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이나 ‘욜로(YOLOㆍYou Only Live Once)’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소비성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높은 체크카드 사용 비율은 밀레니얼세대의 또다른 특징이다. 밀레니얼세대의 체크카드 이용금액 비중은 42.4%로 베이비붐세대(15.9%)의 3배 수준이다. 베이비붐세대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자리잡았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엔 신용카드 보급이 급증한 데 비해, 밀레니얼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한 2010년대엔 모바일 간편결제, 간편송금이 등장하면서 체크카드 등 직불결제 시장이 성장할 환경이 만들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도 신용카드 보급에 적극적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카드사들이 리스크(위험) 관리에 보다 신경을 쓰면서 신용카드 발급 자체가 까다로워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세대 소비의 또 다른 특징은 온라인 및 해외가맹점 거래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이 세대의 온라인 가맹점 결제 비중은 19.9%로 베이비붐세대(9.8%)의 두 배다. 온라인 결제 건수 또한 월 평균 2.6건으로 부모 세대의 0.7건을 훌쩍 앞선다. 올해 들어 해외 직구나 현지 결제 등의 형태로 해외 결제를 한 경우도 베이비붐세대는 0.6회, 총 결제금액의 1.4%에 그친 데 비해, 밀레니얼세대는 3.1회에 걸쳐 총 결제금액의 3.4%를 사용했다.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본부 관계자는 “사회 진출, 소득수준 증가 등으로 카드 이용 수준이 커진 밀레니얼세대의 소비가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를 앞지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밀레니얼세대는 현재 주 소비세대인 386세대, X세대와도 다른 소비 특성을 나타내는 만큼 기업들이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가 소비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대별 1인당 월 평균 카드결제액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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