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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저장시설 포화 1년 앞두고서야 문 정부 기본계획 나올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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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저장시설 포화 1년 앞두고서야 문 정부 기본계획 나올 판

입력
2018.11.12 16:00
수정
2018.11.12 19: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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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사용후핵연료 대책] <중> 기약 없는 관리 대책

문 정부, 박 정부 기본계획 재검토

내년 하반기까지 일정 이어져

제대로 관리될까 우려 커져

사용후핵연료(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고 남은 연료 폐기물)를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계획이 내년에도 수립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가 세운 계획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재검토하는 일정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속도라면 당장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예상 포화시점인 2021년(국정감사 자료 기준) 이전에도 제대로 된 관리 대책이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방사능과 열을 갖고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지금은 발생 직후 붕소가 들어 있는 물을 채운 커다란 수조에 넣어두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는 통상 10만년 이상 생태계와 완전히 격리해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용후핵연료를 300~1,000m 깊이 심지층(深地層)에 매립하는 방식이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결국 이런 시설을 언제 어디에 지을 건지가 대책의 핵심인 셈이다.

지난 정부 때 구성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일반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공론화위는 2013년 10월 출범해 20개월간 활동했다. 옛 공론화위 제공
지난 정부 때 구성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일반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공론화위는 2013년 10월 출범해 20개월간 활동했다. 옛 공론화위 제공

◇갈 길 먼 재검토 과정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이하 재검토준비단)이 이달 말 대정부 정책건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출범한 재검토준비단은 박근혜 정부가 2016년 5월 내놓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다시 공론화에 부쳐 수정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를 구성하는 사전작업을 하는 조직이다. 재검토준비단의 정책건의서에는 재검토위 구성 방안, 재검토 항목, 공론화 의견수렴 방법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정책건의서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재검토위를 구성해 내년 1월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산업부가 예상하는 재검토위의 활동 기간은 약 1년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용후핵연료 정책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재검토위가 종합해 제출하면, 산업부는 이를 바탕으로 기본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다.

윤요한 산업부 원전환경과장은 “변경의 폭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재검토라는 단어엔 ‘제로 베이스’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일부 수정이 아니라 기본계획 자체를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은 빨라야 2020년쯤 실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재검토위의 공론화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마저도 미지수다.

◇탈원전 추진해도 관리 대책은 서둘러야

탈원전 정책으로 일시 중단됐던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재개할지 결정하기 위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 7월 출범해 정부에 10월 권고안을 제출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였지만 3개월 만에 활동을 끝냈다. 이에 비하면 사용후핵연료 재검토 공론화 추진은 더디기만 하다. 윤 과장은 “찬반만 결정하면 됐던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보다 사용후핵연료는 훨씬 복잡한 문제”라며 “지난 정부 땐 공론화위 활동에만 20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 때 구성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서울 지역 일반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타운홀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공론화위는 2013년 10월 출범해 20개월간 활동했다. 옛 공론화위 제공
지난 정부 때 구성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서울 지역 일반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타운홀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공론화위는 2013년 10월 출범해 20개월간 활동했다. 옛 공론화위 제공

지난 정부의 기본계획에선 사용후핵연료 매립 부지를 이르면 2028년 확정하고, 이곳에 원전에서 가져온 사용후핵연료를 일시적으로 넣어두는 중간저장시설과 최종 심지층 영구처분시설을 지어 각각 2035년, 2053년부터 가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2030년 이전에 이미 월성과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임시저장시설이 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빠듯한 일정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과거 기본계획조차 재검토 대상이 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기는 다시 불투명해졌다.

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 원전에 임시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만5,000톤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신고리 6호기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해도 앞으로 약 4만톤의 사용후핵연료가 추가로 발생한다. 탈원전을 하더라도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은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조형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갈등만 부추겨온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해 이젠 정말 해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더 미루지 말고 현 정부가 현명하게 매듭짓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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