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는 귀여운 외모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최종욱 수의사 제공

양쪽 눈을 어디서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아 멍든 것 같은 얼굴을 해도 모두의 사랑을 받는 동물, 바로 판다다. 사람들은 판다의 귀여운 외모와 행동을 보면 어쩔 줄 몰라한다. 그래서 인형 등 캐릭터 상품도 매우 많으며 세계자연기금(WWF)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에게 친숙해 보이는 판다는, 사실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다.

판다가 사는 곳은 중국이다. 판다는 주요 먹이인 대나무가 풍부하고 연중 서늘한 산악지대인 쓰촨성, 청하이성, 후난성, 그리고 티벳 동부의 1,800~4,000m의 높은 산에서 은둔하며 유유자적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만든 보호구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겨우 목숨만 부지하는 반쪽짜리 야생을 살고 있다. 그나마도 이제 전세계에 2,0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야생동물도 아니고 가축도 아닌 셈이다. 판다가 이러한 삶을 살게 된 건 중국의 외화벌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귀여운 외모 때문에 중국의 상징적인 동물로 떠올랐고, 그를 통해 중국이 각국에 판다를 팔면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니 충분한 돈을 들여 보호할 만한 가치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 보호 또한 제대로 이뤄진다고 볼 수는 없다. 판다는 험한 산속에 사는 만큼 발견하기도 어려워서 1869년 발견되기 전까지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잘 살아왔다. 그러나 발견 이후 사람들이 판다의 귀여운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중국의 상징적인 동물이 되면서 그들을 관리한다는 미명 하에 마치 포로들처럼 방목장이 있는 동물원에 데려다 놓고 인공적으로 번식시킨 다음 팔기 시작했다. 야생동물들은 오랜 진화를 거쳐 특정한 환경에 적응한 동물들이다. 어떠한 의도를 가졌건 인간의 간섭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동물은 원래 살던 곳에서 더 이상 살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둘 뿐이다. 멸종하거나 인간의 보호 아래서 구차한 삶을 연명하거나, 둘 중에 하나의 선택지만 남게 되는 것이다.

판다는 각국에 팔려나가며 동물원에서 전시되거나 중국 안의 보호구역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펙셀스

판다는 돈벌이 뿐 아니라 심지어 정치∙외교관계에도 이용됐다. 그래서 판다를 ‘정치 동물’이라는 좋지 않는 별명으로도 부르기도 한다. 중국은 문호 개방 이후 강대국과 수교하면 판다를 선물로 보내주며 그들의 호의를 과시하기도 한다. 판다를 물건처럼 대하며 선물 주고받듯 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 각국의 동물원에 판다가 전시됐다. 판다가 ‘애완동물’도 아니고 중국에서 사람들이 마음대로 정한 보호구역에만 사는 것도 억울한데 낯선 나라의 낯선 환경에서 그것도 좁은 우리에 구겨 넣고 겨우 판다라는 구색만 맞춰 전시당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에 팔려나간 판다들의 운명은 중국 판다보다도 훨씬 가혹하다.

중국에서 사는 판다들도 외국에 팔려나간 판다들보다 조금 덜 가혹할 뿐, 그들의 삶도 순탄치는 않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보호를 한다고 하지만 판다는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 때보다 점점 더 살아있는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다 못한 중국에선 사람이나 가축한테나 쓰는 인공수정기술까지 도입해 판다 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판다는 매우 민감해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큰 병에 걸리거나 아예 후세를 잇는 생식활동을 중단해 버린다. 판다는 5~6년에 한번씩 겨우 1~2마리의 새끼만 낳아 키워 개체수도 많지 않다.

판다의 삶에 인위적으로 끼어들고 좁은 곳에 가두어 기르다 보니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때, 판다를 보호하는 시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연구원 5명이 죽고 판다 1마리가 죽었으며 나머지 판다는 전국의 동물원으로 뿔뿔이 이송되었다. 동물들은 어느 정도 재해를 예측할 수 있고 이를 ‘육감’이라 부르기도 한다. 육감을 통해 닥쳐올 위험을 느끼고 어디론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판다가 야생에서 그대로 살고 있었다면 그때 겪은 일보다 훨씬 더 적은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6년에 한국의 한 동물원에 ‘아이바오’와 ‘러바오’라는 이름의 판다 2마리가 들어와 마치 귀한 손님 마냥 호텔 같은 사육장에서 다른 동물들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다. 물론 그들도 해외의 좋은 곳에서 잠깐 여행하듯 머무르는 것까지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리벽에 갇혀서 마치 가택연금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눈요깃감으로 계속 산다면 결코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동물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판다보다는 깊은 산 속에서 사는 '신비한 동물' 판다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최종욱 수의사 제공

지금이라도 판다를 정치적으로도 이용하지 말고 그들을 자연으로 차츰 돌려보낸 뒤 가만히 놓아둘 수 있으면 좋겠다. 아주 깊고 깊은 산 속에 신비로운 왕국이 존재하고, 그 산 속에 사는 신비한 동물 판다를 한번 찾아가 보는 게 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인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그만큼 판다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판다나 사람이나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최종욱 수의사(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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