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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만 있고 스토리가 없어 아쉬운 벨로스터 N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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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만 있고 스토리가 없어 아쉬운 벨로스터 N 컵

입력
2018.11.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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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모터스포트, 스토리 없이 우승 소식이 계속 이어진다.
현대 모터스포트, 스토리 없이 우승 소식이 계속 이어진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지금과 미래를 위한' 브랜드 가치 전달에 있다.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는 각 제조사들은 저마다의 전략, 방법, 방향성을 갖고 가치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은 바로 '헤리티지'와 '모터스포츠' 그리고 사회공헌 활동 등이 있다.

실제 현대차의 최근 행보 또한 이런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아반떼, 쏘나타 그리고 그랜저로 이어지는 '장수 라인업'의 역사와 과거를 집중 조명했고, 최근에는 모터스포츠 부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중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잘 보이려는 대상이 국내 소비자가 우선되기 보다는 리즈밀렌과 함께 할 시기에는 미국의 대중들에게 무게 중심이 쏠려 있었고, WRC와 TCR 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금은 '유럽의 대중들'에게 무게가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야 굳이 그런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판매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어쨌든 미쉔 난단 감독을 필두로 현대모터스포트 출범 이후 올해가 가장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WRC의 경우 안드레아스 미켈슨, 티레이 누빌, 헤이든 패든 그리고 다니 소르도 등의 탄탄한 라인업으로 톱 티어 팀으로 자리를 잡았고 베테랑 드라이버등를 대거 투입한 WTCR 무대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스토리는 없고 우승만 있다'

하지만 현대 모터스포트,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우승' 뿐이다. 물론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성과에 대한, 그리고 우승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모터스포츠라는 것은 기계가 하는 것도, 그렇다고 사람이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창조한 파생물이 호흡을 맞추고, 또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이 함께 하는 가운데 수 많은 이야기가 생겨나고, 퍼지면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프로, 기업 입장에서야 성과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착오, 또는 아쉬움, 그리고 발전, 실패, 그리고 또 다시 도전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은 관심이 있던 사람을 마니아로, 무지한 이를 관심을 갖게 만드는 '감성적인 요소'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게다가 좋은 성적은 '투자'로 이뤄낼 수 있지만 팬들을 더 많이 만들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는 '투자를 통해 만들면' 그건 거짓일 뿐이다. 물론 돈을 들여 '관심을 가질 컨텐츠를 만드는 것' 또한 좋은 노력일 것이다. 실제 일부 레이싱팀들은 사전에 협의된 퍼포먼스나 '경쟁 구도의 장면'을 만들어 팬들과 더욱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경우도 많다.

현대 모터스포트는 현재 정상궤도에 올랐다.

실제 WRC도 우승과 가까워졌고, WTCR은 차량 별 순위 평준화를 위한 B.O.P(밸런스 오브 퍼포먼스)를 대대적으로 적용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톱 티어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참고로 i30 N TCR에 적용된 B.O.P를 갖고 '현대를 우승 못하게 만드려고 한다' 라거나 '비 유럽 브랜드라 미워한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후자를 말도 안되는 주장이고, B.O.P 자체가 한 쪽이 일방적으로 우승하지 못하게 하려고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성적은 있고, 스토리는 없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수 많은 시간 동안 이어온 활동에서 갈무리할 수 있던 그 수 많은 장면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 무대인 유럽과 한국의 물리적인 거리도 있겠지만 '우승 외의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 현 상황은 '모터스포츠 활동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스스로를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 슈트에 붙은 후원사를 위해 달린다'고 말하는 프로선수들처럼 현대자동차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인지 한 번 더 고민할 시기가 되었다.

벨로스터 N 컵, 대체 무엇을 위한 대회인가?

이런 가운데 최근 공개된 벨로스터 N 컵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아마추어 레이스 대회인 '벨로스터 N 컵'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과 차량 기술 규정을 공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며 '대체 무슨 생각인가?'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원 메이크 레이스는 통상적으로 '아마추어 레이스를 기반'으로 개최되며 특히 아마추어 레이스의 경우에는 차량의 기본적인 성능을 강조하고, 브랜드를 앞세우는 대회가 된다. 즉, 안전을 제외한 주행 성능의 부분을 최소한의 튜닝만을 제시한다.

그런데 벨로스터 N 컵은 벨로스터 N을 기반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튜닝이 적용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과도한 튜닝' 리스트가 제시된 것이다. 휠, 타이어를 비롯해 브레이크, 서스펜션은 물론이고 파워트레인 부분 또한 튜닝이 예고되었다. 그리고 1,200만원이 넘는 가격표 또한 붙었다.

1,200만원이 넘는 가격을 떠나 이정도로 튜닝을 한다면 '이게 진짜 벨로스터 N 컵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파워트레인이나 그렇게 공을 들였다는 하체 등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칠 필요까지 '레이스하니 나쁜 차량'이었냐는 질문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정책과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 있는 게 바로 일본의 86/BRZ 원 메이크 레이스다.

이 레이스는 튜닝 범위도 상당히 적은 편이고, 또 대부분의 부품을 TRD의 것으로 구성된다. 순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튜닝 아래 '86과 BRZ'의 기본기를 최대한 활용해 아마추어는 물론이고 일본을 대표하는 프로선수들이 출전하며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물론 벨로스터 N 컵은 이후 엔트리 클래스라는 별도의 클래스로 '최소한의 튜닝'을 기반으로 한 아마추어 원메이크 레이스 본연의 클래스를 추가로 신설해 두 개의 클래스를 운영하는 미묘한 정책을 제시했다.

통상적인 원 메이크 레이스에서 클래스를 나누는 기준은 간단하다.

같은 차량 규정 아래 드러나는 '기록'이나 커리어를 통해 상위 클래스와 하위 클래스를 구분하는 것이다. 즉, 하위 클래스의 선수라도 기량만 발전하면 바로 상위 클래스에 배치되고, 또 하위 클래스에 첫 출전한 선수가 어느새 상위 클래스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의외의 장면'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발표가 된 내용이고, 결정된 내용이기 떄문에 번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리고 대회 측에서도 많은 고민과 테스트를 거쳐 결정한 내용이고 또 현대차 쪽에서도 승인한 내용이니 이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1,320만원으로 확정된 업그레이드 클래스가 운영되어야 할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닌지 또 궁금해진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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