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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외교? 문 대통령만큼 쿠바 정상 환대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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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외교? 문 대통령만큼 쿠바 정상 환대한 김정은

입력
2018.11.07 04:00
수정
2018.11.0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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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공항 영접부터 노동당 집무실 초대까지 ‘판박이’

‘관계 외연 확장ㆍ전통 우방 유지’ 병행 위한 포석인 듯

4일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5일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기 위해 평양 5월1일경기장을 함께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붙잡아 들어 보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4일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5일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기 위해 평양 5월1일경기장을 함께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붙잡아 들어 보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쿠바 정상 대접이 극진하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공했던 의전과 ‘판박이’일 정도로 특급이다. 오랜 사회주의 우방과의 ‘의리 외교’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둘 다 미국의 제재 대상에 관광업이 주요 수입원이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향후 대미 공조나 경제 협력을 도모해 보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5일 노동당 본부청사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부인 리스 쿠에스타 여사를 초청해 담화를 나누고 만찬을 함께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인 리설주 여사는 청사 현관에서 디아스카넬 의장 부부를 마중하고 김 위원장이 직접 청사를 소개한 뒤 면담실로 안내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3층짜리인 노동당 본부청사는 ‘당 중앙’으로 불리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만을 위한 건물로,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세 번째 회담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통신은 전날 담화에서 양측 정상이 “호상(상호) 자기 나라의 형편을 통보하시고 사회경제 발전과정에 이룩한 성과와 경험들을 교환하시었으며 두 당, 두 나라의 당 활동과 사회주의 건설, 조선반도(한반도) 정세와 국제관계 분야에서 나서는 여러 문제에 대하여 솔직하고 진지한 의견을 나누시었다”고 밝혔다.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기 위한 방도들에 대하여서도 깊이 토의하시었다”고도 했다.

보도에선 김 위원장의 ‘가족’이 언급되기도 했다. “두 지도자 내외분들께서는 한 가정처럼 모여 앉은 만찬장에서 서로의 가족들에 대한 소개로부터 두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생활풍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제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시었다”라는 게 통신의 보도 내용인데, 최고지도자를 신격화하는 북한의 매체가 김 위원장의 사적 영역인 가족을 공식 거론하는 일은 드물다. 양측 지도자 간의 두터운 친분을 드러내기 위한 파격이었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짐작이다.

만수대창작사 참관과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관람 등 디아스카넬 의장의 같은 날 다른 일정 대부분도 김 위원장과 리 여사가 동행한 가운데 소화됐다.

김 위원장의 ‘특급 의전’은 이틀 연속이다. 디아스카넬 의장 방북 첫날인 4일에도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 영접을 시작으로 정상회담과 환영공연, 연회 등 대부분 일정에 김 위원장이 ‘밀착 동행’ 했다.

이런 환대는 문 대통령 방북 당시를 연상케 한다. 조선중앙TV가 5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순안공항에 나온 김 위원장 부부는 문 대통령 내외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환한 미소와 포옹으로 디아스카넬 의장 부부를 반겼다. 꽃술과 쿠바 국기, 인공기를 흔들면서 환호하는 평양시민들에 디아스카넬 의장이 둘러싸여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이라든지 순안공항에서 리무진에 탄 뒤 연못동, 전승동 영생탑, 여명거리, 금수산태양궁전을 거쳐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에 도착하는 경로도 문 대통령 방북 때와 같았다.

카 퍼레이드 방식도 흡사했다. 문 대통령처럼 디아스카넬 의장도 김 위원장과 함께 무개차에 올라 오토바이 19대의 호위 속에 연도에서 수많은 평양시민의 환호를 들으면서 퍼레이드를 벌였다. 문 대통령과 동일하게 운전석과 대각선 방향인 ‘상석’을 차지하고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부부가 5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만나 담화를 나누고 만찬을 함께한 사실을 보도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6일자 1면.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부부가 5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만나 담화를 나누고 만찬을 함께한 사실을 보도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6일자 1면. 연합뉴스

이렇게 정성스러운 의전은 북한이 오랫동안 지속해 온 ‘사회주의 의리 외교’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5일 중앙통신은 두 지도자가 4일 단독 정상회담에서 “각기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두 나라 당과 국가 활동에서의 성과와 경험을 호상 통보하시고 그에 전적인 지지와 연대성을 표시하시었다”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북한이 대미 관계 개선을 통한 대외 관계의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실리만 따져 전통적 우군과의 의리를 저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쿠바 지도자를 극진히 대접한 건 반미 공동전선 구축을 위해서라기보다 어려울 동고동락한 사회주의 우방국과는 대미 관계 부침과 상관없이 관계를 지속한다는 동지의식의 발로이자 대미 협상 우군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리가 전부는 아니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미국의 고강도 경제 제재로 곤경에 놓여 있는 동병상련 입장을 바탕으로 힘을 합쳐 함께 미국에 저항해보자는 취지가 아예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일 사설에서 디아스카넬 의장의 방북에 “제국주의의 침략과 전쟁 정책을 반대하고 평화를 수호하며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를 이룩하기 위한 공동 투쟁에서 어깨 겯고 나아가는 두 나라 인민들의 불패 친선단결과 동지적 우의를 힘있게 과시하는 역사적 사변”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관광업으로 경제 도약을 견인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양측 간에 서로 도울 만한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 노동신문은 6일자 6면 기사 ‘관광업 발전에 힘을 넣고 있는 쿠바’ 제하 기사에서 “쿠바에서 관광업은 중요한 외화 수입 원천으로 되고 있다. 쿠바 정부는 관광업을 한 계단 추켜세워 나라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쿠바가 산타 마리아 등 자국 섬들을 환경친화형 휴양지로 개발하는 한편 관광업으로 자국의 민족 문화 및 역사 등을 세계에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대북 제재가 소용없다는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현재 건설 중인 강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가급적 빨리 완공하라고 당과 내각을 독려하고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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