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나인’ 출연 우진영씨 소속사, YG에 손배소 첫 변론
YG “데뷔 의무 없다” 반박… 논란 불구 또 오디션 프로 진행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해 10월 27일 JTBC '믹스나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1위로 뽑혔지만 방송 취지와 달리 아이돌 데뷔가 무산된 경우, 제작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데뷔가 무산된 연습생 측과 프로그램 제작사가 ‘데뷔할 권리’를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지면서 거대 연예기획사의 ‘갑질’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2단독 강영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연예기획사 해피페이스가 종합편성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믹스나인’ 제작사 YG를 상대로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을 열었다. 변론에서 아이돌 연습생 우진영(21)씨 소속사인 해피페이스 측은 “YG가 계약과 달리 프로그램 종료 후 우씨를 데뷔시키지 않아 유ㆍ무형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YG 측은 “계약상 데뷔시켜 줄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믹스나인은 YG가 제작해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올해 1월 26일까지 JTBC에서 방영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최종 평가 1위를 기록한 우씨 등 연습생 9명을 데뷔조로 선발했다.

소송 쟁점은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사에게 최종 선발된 멤버들을 데뷔시켜야 할 법적 책임이 있는지 여부다. YG 측은 “계약서에 ‘데뷔’라는 용어도 등장하지 않는다”며 “우씨를 데뷔시킬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 시청률이 1.0%에 머무를 정도로 인기를 얻지 못해 “4개월간 활동해봤자 관심을 얻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3년 계약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YG와 우씨, 해피페이스가 맺은 계약조건은 “프로그램의 최종 멤버로 선발될 경우 음반 발매 후 4개월 동안 YG에 매니지먼트 권한을 위임한다”는 규정만 있고, ‘반드시 데뷔를 시켜야 한다’거나 ‘데뷔가 무산될 경우 손해를 배상한다’는 규정은 없다.

[저작권 한국일보] YG 오디션 프로그램 갑질 논란 일지. 송정근 기자

반면, 해피페이스 측은 믹스나인이 ‘최종 선발 멤버 데뷔’를 전제로 진행됐기 때문에 ‘데뷔할 권리’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믹스나인이 “대한민국 최고 아이돌 제작자 양현석 프로듀서가 잠재력을 가진 보석을 발굴하여 프로젝트 그룹을 완성한다”는 기획 취지를 내세웠고, “여러분의 손으로 최종 데뷔 멤버를 뽑아주세요”라면서 시청자들의 유료 투표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믹스나인보다 최종 시청률이 낮았던 ‘소년24(0.8%)’, ‘아이돌학교(0.6%)’를 포함해 역대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모두 데뷔로 이어졌다. 해피페이스 측은 “데뷔시켜 주는 것이 아니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이유도, 유료 투표를 하면서까지 시청할 이유도 없다”면서 “당초 4개월 계약을 9배인 3년으로 늘리자는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는 “계약과 달리 프로그램 출연 비용이 지급되지 않은 것은 계약상 채무 불이행이, 데뷔 지연으로 인한 손해는 불법행위로 인한 무형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문제된다”며 “민법상 계약서가 가장 우선될 수 밖에 없지만, 계약 외 합의가 있었다거나 문구 해석상 데뷔가 전제됐음을 주장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해피페이스 측은 “YG가 국내 3대 연예기획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중소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습생들의 권리 규정은 전혀 없는 불공정계약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법정 공방이 ‘갑질’ 논란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앞서 믹스나인 계약서에는 출연료 지급 규정이 없어 ‘열정 페이’ 논란이 벌어진 바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믹스나인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불공정 조항들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소속 가수들의 활동 지원에 인색하다”는 일각의 지적으로 ‘보석함’이라는 오명을 얻은 YG는, 16일 ‘YG 보석함’이라는 이름으로 소속 연습생들이 참여하는 남성 아이돌 그룹 선발 프로그램을 새로이 시작할 예정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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