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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작권 환수 시기, 못 박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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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작권 환수 시기, 못 박을 필요 없다”

입력
2018.1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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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중장으로 전역한 지 올해 만 3년째인 전인범(60) 전 특전사령관은 ‘영원한 특전맨’으로 통한다. 최고 사령관인데도 불구하고 격의 없이 장병들과 어울려 훈련에 참가하며 동고동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와 함께 군 시절을 보낸 특전사 요원들은 지금도 ‘인범이 형’이라고 부른다.

‘영원한 특전사령관’으로 꼽히는 전인범(60) 예비역 중장. 본인 제공
‘영원한 특전사령관’으로 꼽히는 전인범(60) 예비역 중장. 본인 제공

1977년 육사 37기로 입학해 39년간 군복을 입은 전 장군은 육군본부 참모총장실 정책장교, 제27사단장과 특전사령관 등을 지냈다. 이기백 합동참모본부 의장의 부관이었던 1983년 미얀마의 아웅산 국립묘지를 찾은 정부사절단을 상대로 북한이 설치한 폭탄이 터졌을 때 현장에서 이 의장을 구해낸 일화는 유명하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그는 군에서도 손꼽히는 미국통 장성이다. 덕분에 국방부 대미정책과장, 합동참모본부 전략차장을 역임했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추진단장,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차장,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등을 맡아 전작권 환수 문제나 한미 관계 등에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

전인범(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예비역 중장이 2015년 특전사령관 재직 당시 터키를 방문해 터키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본인 제공
전인범(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예비역 중장이 2015년 특전사령관 재직 당시 터키를 방문해 터키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본인 제공

그는 지난해 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작년 2월 더불어민주당의 국방 및 안보분야 자문위원으로 문재인 대선 캠프에 영입됐으나, 아내인 심화진 전 성신여대 총장이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자 캠프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아내에게) 잘못이 있으면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라는 등 경솔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직을 맡고 있으며 미국 애틀랜타의 조지아텍 대학교 샘넌 국제대학원에서 연수 중이다. 요즘 군에서 일고 있는 여러가지 변화 및 전작권 환수, 남북군사합의 등에 대한 의견을 이메일 인터뷰로 들어 봤다.

얼마 전 끝난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 계획’을 밝혔다. 2030년까지 기동력 향상을 위해 분대급 보병부대에도 차륜형 장갑차, K200장갑차, 소형전술차량을 배치해 모든 장병들이 차량으로 이동하도록 하겠단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낙하산을 타고 적 후방 깊숙이 침투해 특수작전을 펼치는 특전사다. 아미 타이거 4.0 계획은 특전사의 일부 훈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전사는 2년마다 천리(400km)를 걷는 ‘천리행군’을 한다. 하지만 훈련방법에 대해서는 특전사 요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혹독한 훈련을 2년마다 하기에 무릎·발목 통증과 허리디스크 등의 부상이 누적돼 오히려 전투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 장군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특전사령관으로 재임하면서 천리행군을 ‘인증제’로바꿨다. 정식 요원이 되기 전 훈련소에서 딱 1회만 천리행군을 완주하면 인증을 부여해 근무 기간 내 더 이상 천리행군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다. 특전사는 그가 사령관을 그만둔 뒤 원래 방식대로 2년마다 천리행군 훈련을 한다. 인증제를 도입했던 그에게 아미 타이거 4.0과 관련해 특전사 훈련방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당시 인증제 천리행군을 도입한 이유는 뭔가요?

“특전사는 천리행군을 개발해 극기력과 체력단련 수단으로 오래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변했는데도 맹목적으로 옛 방식만 고집하다 보니 실전성이 떨어집니다. 2년마다 훈련을 하다 보니 관절이 손상돼 원치 않은 전역을 하며 부대를 떠나는 장병이 생기는 등 전투력이 손실돼 득보단 실이 많은 훈련이 된 거죠. 이런 이유로 자대에서 2년마다 실시하던 천리행군을 중단시키고 인증제로 바꿨죠.”

-그렇다면 천리행군 훈련은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인증제 천리행군은 하루에 70km씩 총 400km를 6박7일만에 주파했습니다. 식사시간 빼고 6박7일간 잠을 자지 못하며 하루 온종일 걸었죠. 세계 어느 나라 군인들도 이런 식의 행군은 해내지 못할 겁니다.”

“처음에는 낙오자가 60%였습니다. 그들은 한 달 뒤 재도전 기회를 받았으나 재차 불합격하면 특전사를 떠나 일반 부대로 가야 했습니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강도 높은 훈련이어서 사령관 시절에 천리행군을 하면 훈련 기간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만큼 사령관으로서 온 신경을 곤두세웠죠.”

“시간이 지나면서 요원들의 완주율이 향상됐죠. 완주 후 자신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해외 특수부대들도 천리행군 같은 훈련을 하나요?

“해외 특수부대원들이 천리행군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극기 과정이 있습니다. 미군 특수부대는 신병을 곧바로 배치하지 않고 수년간의 군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선발합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전 교육과정에 극기 훈련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훈련은 극한 상황을 극복해낼 수 있도록 체력적 고통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고통을 가합니다. 저는 이러한 선진 외국군의 훈련방법을 둘러보고 천리행군을 인증제로 전환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 특수부대의 훈련 중 우리가 도입할 만한 것은 없나요?

“해외 특수부대와 우리의 훈련과정을 비교하기에는 너무 부끄럽습니다. 사격 후 탄피를 모두 줍게 하는 행태부터 당장 없애지 않으면 유사시 큰 낭패를 볼 겁니다. 안전 목적이기는 하지만 특수부대만큼은 탄피를 줍지 않게 해야 합니다. 평소 사격훈련 때 탄피를 주워온 버릇 때문에 실전에서도 습관처럼 탄피를 줍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특전사의 전술훈련 측정방식도 바꿔야 합니다. 세부사항은 보안상 말을 아끼겠습니다.”

2015년 전인범(맨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전 특전사령관이 미 특수부대와 연합작전을 펼치며 훈련장을 시찰하고 있다. 특전사령관은 전시에 약 1,000여명의 미군과 각종 장비까지 통제한다. 본인 제공
2015년 전인범(맨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전 특전사령관이 미 특수부대와 연합작전을 펼치며 훈련장을 시찰하고 있다. 특전사령관은 전시에 약 1,000여명의 미군과 각종 장비까지 통제한다. 본인 제공

-특전사 일부에서 가상현실(VR)장비를 활용해 훈련한다고 들었습니다. VR장비를 활용한 훈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VR과 모의 훈련장치(시뮬레이터)를 활용한 훈련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예산투자를 통해 장비를 최신식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또 사고방식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모든 사격훈련을 실내사격장에서 실시하며 모의사격과 실탄사격을 병행하는 방법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과거 특전사령관 재임 당시 요원들에게 사제 장비 구입을 허용했습니다. 이후 사제 장비허용이 흐지부지 됐으나 요즘 육군에서는 이를 다시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사제 장비 허용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세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당시 미군이 사제장비 허용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미국은 장병들의 사제 장비 구입 허용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보조까지 해줬습니다.”

“저는 미군이 도입한 것과 유사한 범위 내에서 사제 장비를 허용했습니다. 조준경 등 총기 관련 장비는 구매경로가 특히 까다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전사 요원들이 직접 오랜 시간을 투자해 구매했죠. 제대로 된 장비는 돈만 있다고 구매할 수 없으니까요. 그들 개개인의 노력과 희생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다만 요원들이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무분별하게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제 장비 허용방향은 육군본부가 큰 그림에서 구입을 허용하고 대대급 단위에서 세부조정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추가로 고성능장비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육군이 올해 초부터 추진하는 워리어 플랫폼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워리어 플랫폼 도입에 적극 찬성합니다. 특히 특수부대에 우선 보급하겠다는 방침이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조언을 하자면 국산화만 고집하지 말고 현역 요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장비를 선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국산화를 고집하면 예산만 늘고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를 보급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도록 국방부장관은 물론 대통령께서 직접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쏟아주는 겁니다.”

올해 군사 분야에서 대북 관련 가장 큰 변화는 남북군사합의서 이행이다. 양국 군대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크지만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작권 환수 조치는 이 같은 변화와 맞물려 여러 가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지난 1일 발효된 남북군사합의서는 공동경비구역(JSA) 내 비무장화,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설정, 백령도 K-9자주포 실사격 훈련 중단 등 여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39년 동안 군복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장병들의 피와 땀으로 구축해놓은 아군의 전력을 제거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군은 국민이 선출한 국군통수권자와 정부의 정책을 지원해야 하는 임무도 있습니다. 남북군사합의서 추진 배경도 이해합니다. 합의내용이 현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남북 간 우발충돌 방지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미 간 충분한 사전협의가 있었던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훈련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백령도의 포병을 육지로 옮겨야 하고 전방 감시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 겁니다. 하지만 북한도 비슷한 사정이어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북한이 약속을 지키느냐’ 입니다. ‘Only Time Will Tell(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 수 있다)’이란 문장이 떠오르네요.”

전인범(맨 오른쪽) 전 특전사령관이 재임 당시 친구처럼 아끼는 부하였던 이준근(맨 왼쪽) 주임원사와 전방 경계초소를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본인 제공
전인범(맨 오른쪽) 전 특전사령관이 재임 당시 친구처럼 아끼는 부하였던 이준근(맨 왼쪽) 주임원사와 전방 경계초소를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본인 제공

-이번에 한미가 전시작전권 환수에 합의해 미래연합사령부를 창설하고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 부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맡기로 했습니다. 39년간 군에 몸담았던 미국통 장성으로서 이번 전작권 환수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약 12년 전부터 추진해 온 전작권 환수 논의가 탄력을 받으며 미래연합사령부 창설 의제로까지 진일보한 건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전작권 환수가 군사적 요인인 작전수행능력보다 정치적 요인인 민족의 자주권을 우선에 두고 추진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작권을 민족의 자주권과 연결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작권 환수는 오로지 효율적인 작전수행능력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합니다.”

“한미 연합군의 주인은 국군통수권자인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입니다. 전작권을 미군 대장이 행사하더라도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합의된 지시를 받아야 합니다.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이 되더라도 양국 대통령의 합의된 지시만 따라야 할 겁니다. 따라서 전작권과 자주권을 연관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6.25전쟁 때도 현 체제였지만 우리는 주도적인 작전을 했어요. 전작권은 오로지 효율적인 작전수행능력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작권 환수시기를 정해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시기를 정해놓으면 날짜를 맞추려는 경향이 커질 겁니다. 목표일이 되면 준비가 미흡하더라도 ‘무조건 된다’는 식으로 강행할 가능성이 있죠. 따라서 환수시기를 못 박지 않은 채 내실 있게 준비해가면서 효율적인 작전수행능력 등 국방력에 차질이 없다는 확신이 설 때 환수하면 됩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국방력만 바로 선다면 미군으로부터 전작권을 돌려받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단 겁니다.”

“전작권을 환수하게 되면 미군은 물론 그들의 조국인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의 책임이 막중해질 겁니다. 미군의 어머니들, 나아가 미국 국민들이 전쟁 상황에 대비해 자식들을 한국에 보내는 것에 대해 우리의 책임이 더 커진단 뜻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에 전작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의 명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주한미군의 철수 명분까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변화의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전작권 환수 논의를 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보다 더 힘든 처지가 될 겁니다.”

-미래연합사 창설을 앞두고 내년부터 한국군 주도 연합사로 조직 편제를 일부 개편해 기본운영능력(IOC) 검증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군의 연합작전수행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 생각하시나요?

“한국군은 매우 우수합니다. 문제는 전작권 환수 시기가 너무 이르면 연합작전수행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시기가 아닌 조건에 입각해 추진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의사소통입니다. 즉, 유·무선 통신장비와 최신 데이터 공유 및 영상체계가 구비돼야 하고 영어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겁니다. 우리나라 장교·부사관들의 전투력은 우수해 연합작전수행에 큰 문제는 없으나 세계최강의 미군을 지휘·통제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겁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군은 해낼 수 있습니다. 서두르지만 않는다면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꾸준히 한미 우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동물복지단체인 동물자유연대 이사로 동물들의 자유를 위한 일도 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무려 3년 4개월간 8평의 좁은 내실에 갇혀 살던 사자가족 3마리를 올해 6월 넓은 땅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야생동물보호소인 ‘와일드애니멀 생츄어리(TWAS)’로 보내줬어요. 앞으로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500여 마리 곰들의 자유를 위해서도 애쓸 계획입니다.” 

권용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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