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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분황사~석굴암 천년고도 탐방, 베테랑 해설에 무릎 탁

입력
2018.11.15 21:39
수정
2018.11.16 09: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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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발견, 시티투어버스] <4>경주 세계문화유산 코스

세계문화유산투어에 나선 경주시티투어 버스가 최근 경북 경주시 천군동 역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앞을 달리고 있다. 공원 내 가운데가 뚫린 경주타워는 황룡사 9층탑을 음각한 형상으로, 경주의 명물이 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세계문화유산투어에 나선 경주시티투어 버스가 최근 경북 경주시 천군동 역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앞을 달리고 있다. 공원 내 가운데가 뚫린 경주타워는 황룡사 9층탑을 음각한 형상으로, 경주의 명물이 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1953년 천마총에서 하나의 금관이 발견됐습니다. 그 유명한 국보 188호 천마총 금관입니다. 1,500여 전 만들어진, 신라 대표 문화재입니다. 신라 금관 중에서도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이 금관은 누가 썼을까요. 임금일까요. 아닙니다. 아직 100%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연구결과로는 산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죽은 자의 얼굴을 덮는 용도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난 3일 오전 경북 경주시 황남동 대릉원 앞. 30여 명의 관광객들이 천마총에 입장하기 전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세웠다. 교과서에서만 보았다는 학생, 학창시절 수학여행 이후 처음이라는 장년 부부,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신기해하는 외국인…

이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경주시티투어-세계문화유산코스'에 나선 관광객들이다. 전날 밤 보문관광단지에 묵었거나 KTX와 고속버스, 시외버스로 이날 아침에 도착해 역과 터미널에서 버스를 탄 경우가 대부분이다.

봉사활동차 방한했다는 독일인 야나(24)씨는 “이번이 첫 경주 방문인데, 처음 보는 광경들이 많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저렇게 큰 무덤을 그 옛날에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고 말했다.

천마총 내부를 둘러본 관광객들은 다시 버스에 올랐다. 다음 코스는 모전탑이 유명한 분황사. 보수공사중인 탑을 보고 다소 아쉬움도 남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티투어의 매력은 커졌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이날 경주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붐볐기 때문이다. 이날 이 코스에 투입된 시티투어버스만 6대나 된다. 다른 코스와 야간투어까지 20대 가량 됐다. 한 관광객은 "차 몰고 왔으면 주차할 곳 찾느라 시간 다 보낼뻔했다"고 말했다.

불국사 앞에서 점심을 한 관광객들은 곧이어 석굴암 불국사를 둘러본 뒤 오후 4시쯤 일정을 마치고 보문단지와 시외버스터미널 옆 시티투어버스터미널, KTX신경주역까지 하차지점으로 이동했다.

경주시티투어/경주시티투어 노선도
경주시티투어/경주시티투어 노선도

◇왕건 ‘경사스런 고을, 경주라 하여라’

경주시티투어는 경주를, 버스에 타기만 하면 한눈에 보여주는 관광상품이다. 경주 핵심관광지를 주간 5개, 야간 2개 모두 7개 코스로 묶었다. 주간코스는 △동해안투어 △세계문화유산투어 △신라역사스토리투어 △양동마을ㆍ남산투어 △황리단길투어 코스가 있다. 야간코스는 황리단길야간시티투어와 일반 야간시티투어(동궁과월지-첨성대-계림-교통마을-월정교) 2코스다. 이 중 주간은 세계문화유산과 신라역사스토리, 동해안, 야간은 매일, 황리단길은 금~일요일 및 공휴일, 양동마을ㆍ남산은 토요일에만 운행한다.

경주시티투어 관계자는 "사전 신청이 저조한 코스는 취소하기도 하지만, 세계문화유산투어와 야간시티투어는 한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투어는 코스에 따라 오전 9~10시부터 관광객을 태우기 시작, 오전 10~11시부터 본격 시작한다. 승하차는 보문관광단지 주요 호텔, 콘도와 터미널, 신경주역에서 한다. 투어를 마치면 희망하는 승차지점에 내려준다.

최근 경주시티투어 세계문화유산투어에 나선 관광객들이 불국사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최근 경주시티투어 세계문화유산투어에 나선 관광객들이 불국사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경북 경주시 양남면 천연기념물 제 536호 주상절리. 다른 지역과 달리 바다를 향해 부챗살처럼 뻗은 게 이채롭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경북 경주시 양남면 천연기념물 제 536호 주상절리. 다른 지역과 달리 바다를 향해 부챗살처럼 뻗은 게 이채롭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경주엑스포공원 내 솔거미술관. 지역 명품 전시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경주엑스포공원 내 솔거미술관. 지역 명품 전시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경주시티투어가 시작한 것은 40년 전인 1970년대 후반쯤부터다. 당시 '경주고적순회관광'이란 이름으로 야간코스 등 5개 코스를 운영한 것이 시초다. 당시엔 전화가 없는 가정집이 많아 전화접수가 어려웠다. 때문에 이용객은 주로 보문단지 내 호텔 투숙객들이었다. 호텔에 버스를 보내면 미리 대기중인 관광객들이 타고 정해진 코스를 도는 형식이었다.

지금처럼 사전 신청을 통해 본격적인 시티투어에 나선 것은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무렵부터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육지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듬해 4월 야간시티투어에는 17대의 버스가 투입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2년 전 경주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다가 최근에는 거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경주시티투어에는 3명의 전속 문화재해설사가 있다. 필요하면 경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유산해설사들이 지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처럼 수십 번 경주를 찾았던 사람조차 베테랑급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나면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다. 간판 해설사인 오혜숙(49)씨는 "보통 경주의 옛 지명이 서라벌이라는 정도만 많이 알고 있을 텐데, 서라벌은 통일신라의 수도이고 경주는 왕건이 신라를 피한방울 안 묻히고 접수한 뒤 기뻐하며 '경사스런 고을, 경주라고 하여라'해서 붙은 지명"이라며 "나무 한 그루, 기와 한 조각이라도 그 사연을 알고 나면 새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요즘은 우리나라는 물론 이젠 독일, 파티스탄, 인도, 싱가포르, 프랑스 등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며 “우리가 경주의 얼굴이라는 사명감으로 해설에 임한다"며 자부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정확한 해설을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박물관 등에서 개최하는 각종 강좌나 연수 등에 참가한다.

이기숙(73ㆍ대구 신천동)씨는 “어릴 적 한 마을 친지들 계모임으로 왔는데, 해설사의 맛깔 나는 말솜씨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며 “우리끼리 다니면 짐도 무겁고 걷기도 힘든데 좋은 곳만 선정해 태워주고 설명해주니 너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야경. 정문 입구 조형물과 경관조명, 황룡사 9층탑을 음각한 경주타워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야경. 정문 입구 조형물과 경관조명, 황룡사 9층탑을 음각한 경주타워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최근 복원한 월정교 야경. 누각 현판의 글자는 최치원의 글씨를 집자해 제작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최근 복원한 월정교 야경. 누각 현판의 글자는 최치원의 글씨를 집자해 제작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첨성대 야경.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첨성대 야경.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순환형 아니어서 사전신청 필수… 10명이상 출발

경주시티투어는 다른 도시와 달리 지자체 지원 없이 민간업체가 전적으로 운영한다. 운영방식도 순환형이 아닌 모객형이다. 대학생 이상 성인기준 이용료가 주간 2만원(입장료 별도), 야간 1만6,000원(입장료 포함)으로, 다른 도시보다 높은 편이다.

정해진 코스를 계속 도는 순환형이 아니어서 사전 신청이 필수다. 운영사 측은 미리 전화(054-743-6001)나 인터넷(www.cmtour.co.kr)으로 예약을 받아 해당 코스에 10명 이상이면 출발한다. 보통 출발 1, 2시간 전까지 계속 접수상황을 체크해 투입 차량을 결정한다.

경주시티투어 측은 “순환형은 원하는 곳에 내려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자유롭게 둘러보다가 다음 코스로 이동하면 되는 장점이 많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2년 전 순환형 시티투어를 시도했지만 지역 내 다른 운수업계의 반발로 접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대구 부산 등에서 인기가 높은 개방형 2층 버스가 없다. 도입을 검토했지만 경주지역 도로여건상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도로변 가로수가 낮아 천장이 없는 2층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티투어 관계자는 "경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또 낮과 밤 모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관광지"라며 "고객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코스를 개발하고,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해 경주관광을 리드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경주=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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