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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말라붙은 ‘독일 경제 대동맥’ 라인강

입력
2018.11.05 17:46
수정
2018.11.05 19:3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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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ㆍ가뭄에 역대 최저 수위

물류ㆍ건설 등에서 피해 속출

기후변화 탓에 불안정성 증가

한 남성이 지난 7월 무더위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라인강 지류 모젤강을 개와 함께 건너고 있다. 코블렌츠=로이터 연합뉴스
한 남성이 지난 7월 무더위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라인강 지류 모젤강을 개와 함께 건너고 있다. 코블렌츠=로이터 연합뉴스

1960년대 독일 경제부흥의 구호 ‘라인강의 기적’으로 유명한 그 라인강이 위기에 빠졌다. 올여름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 데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라인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라인강 일부 지역은 역대 최저 수위를 기록, 라인강의 수상 운송 기능마저 차질이 생겨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라인강의 수위는 급격히 낮아졌다. 라인란트팔츠주 카웁 지역 라인 강가 모래톱에 자리한 팔츠그라펜슈타인성은 14세기 건설 당시에는 라인강 범람을 우려해 창문도 없이 지어졌지만, 지금은 성 바닥이 물보다 1m50㎝나 높게 솟아올라 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난 8월에는 1895년 침몰됐던 화물선의 잔해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물류 이동이 활발하던 라인강은 활기를 잃었다. 라인강을 오가던 페리의 절반가량은 운행을 중단했다. 일부 화물선들만 배가 강 바닥에 닿지 않기 위해 수하물의 양을 대폭 줄인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운항 중이다. 화물선 선장인 프랭크 셉은 NYT에 “수하물을 줄여 선박의 무게가 평소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겨우 떠다니고 있다”며 “선체에서 강 바닥까지의 거리는 수십 센티미터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독일 연방환경국 마틴 더글러스는 “약 1억7,840톤의 화물이 매년 라인강을 이용해 수송되는데, 이 중 상당수가 도로 또는 철도를 이용한 수단으로 대체됐다”고 덧붙였다.

운송에 문제가 생기면서 추가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비교적 가벼운 물류는 도로나 철도를 이용한 운송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특대형 물류는 대체 수단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북서부에 위치한 만하임의 한 터미널 운영 관계자는 “풍력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일부 자재는 너무 무겁기 때문에 선박을 통해서만 배송을 받는데, 배가 발이 묶이면서 풍력 발전소 건설이 전면 중단됐다”고 말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최대 종합화학회사인 바스프(BASF)는 지난 여름 일부 공장의 생산량을 줄여야 했다. 라인강의 물을 냉각수로 사용해 왔는데, 강물이 메마르면서 물을 끌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 있는 정유 공장에서 기름을 수상 운송으로 받아 온 일부 지역 주유소는 기름이 바닥 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위험이 반복되거나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라인강 수위는 강우량뿐 아니라 라인강 상류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알프스 지역의 눈과 빙하에 영향을 받는데, 기후 변화로 알프스 지역의 물 보유량이 감소하면서 라인강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츠담 소재 기후변화 연구기관 연구원인 하겐 코슈는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다. 극단적인 일은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독일 라인강. 송정근 기자
독일 라인강.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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