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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ㆍ국악은 빼고, 현대무용 안무가와 협업… 한국무용의 틀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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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ㆍ국악은 빼고, 현대무용 안무가와 협업… 한국무용의 틀을 깨다

입력
2018.11.05 17:30
수정
2018.11.05 21:3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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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신작 ‘더 룸’ 안무가 김설진과 손잡아

국립무용단의 신작 '더 룸'은 현대무용가인 김설진이 안무했다. 국립무용단 제공
국립무용단의 신작 '더 룸'은 현대무용가인 김설진이 안무했다. 국립무용단 제공

무용수는 한복을 입지 않았고, 무대에는 국악기 장단이 흐르지 않는다. 전통이라는 수식과 호응해온 한국무용이 자유로운 몸짓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국립무용단이 전통의 현대화라는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무용 안무가들과 협업에 나선다. 지난 5월 미디어 아트와 현대 의상을 입은 무용수로 가상현실을 무대 위에 구현했던 안무가 신창호의 ‘맨 메이드’에 이어 이번엔 김설진과 손잡았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설진 안무가는 “역설적으로 ‘한국적인 게 뭐냐’는 걸 묻고 싶었다”며 “장단과 민요가 한국의 전통적인 것들이라면, 요즘의 한국적인 것은 테크놀로지, 바쁜 사람들, IT 강국, 저출산 등으로 봐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설진 안무가가 안무한, 국립무용단의 신작 ‘더 룸’은 방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삼는다. 무용과 음악, 극적인 요소가 어우러진 연출을 선보여 온 김설진의 남다른 무대 감각이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무용수 8명이 창작자의 역할도 겸하며 저마다의 사연으로 공간을 채운다. 김 안무가는 “한국무용의 순서를 가지고 본 것이 아니라, 무용수 개개인의 역사를 관찰했다”며 “숨을 어떻게 쉬는지, 앉아서 어떻게 쉬는지 등 무용수들의 평소 습관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녹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더 룸’에 참여한 김미애 국립무용단 훈련장은 “한국무용 자체의 틀은 강하지만, 개별 무용수로 들어가면 움직임이 다양해질 수 있다”며 “무당들이 굿을 할 때 하는 움직임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 아닌 것처럼 이 시대 무용수들도 어떤 음악에서든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현대무용가 신창호가 안무했던 국립무용단의 ‘맨메이드’ 공연사진. 국립무용단 제공
지난 5월 현대무용가 신창호가 안무했던 국립무용단의 ‘맨메이드’ 공연사진. 국립무용단 제공

젊은 무용수일수록 장르 간 결합에 더욱 열려 있다. 국립무용단은 단원들을 안무가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넥스트 스텝’을 지난해 도입했다.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최근에는 한국무용을 전공하면서도 발레나 현대무용의 기술을 습득한 멀티 플레이어형 무용수가 많아졌다”며 “다양한 작품을 보고 접하면서, 신선한 시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예술감독은 “전통을 기반에 두고 현대사회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 한국무용의 언어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무용의 전통적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더 룸’에서도 전통 동작과 무게중심의 이동 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 김설진 안무가는 “동작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훼손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국립무용단 단원들에게 물었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무용의 핵심은 호흡이다. 김 안무가는 “(한국)무용수의 발바닥에 깔려 있는 호흡은 아무리 잘하는 외국 무용수라도 흉내 내지 못할 특징”이라고 했다. ‘더 룸’은 8~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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