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분석한 과거정권 실패 원인 되풀이
성과 없고 정치논쟁에 독선적 태도 일관
집권 3년 차 이제라도 신발끈 다시 매야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해 각 당 원내대표들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의회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지난 6월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분위기를 다잡는 회의를 했다.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에 빠지거나 해이해지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발제를 맡은 조국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협요소 및 대응방안’을 통해 과거 정부의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민생 성과 미흡으로 국민 기대감 상실’ ‘집권세력 내부 분열 및 독선’ ‘혁신동력 추락과 관료주의적 국정 운영’ ‘소모적 정치 논쟁으로 국민들의 피로감 가중’

그로부터 채 반년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제시한 과거 정권 실패의 상황이 지금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 민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정권의 독선과 독주는 심해지며, 정치 논쟁의 수위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픈 손가락은 경제 난국이다. 일자리에 이어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사방이 잿빛이다.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할 만큼 위기상황이다. 수십 년간의 구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라 해도 현 정부의 책임은 무겁다. 준비가 부족했고 너무 서둘렀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요량이었다면 혼선과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보고 검증해야 했는데 너무 안이했다.

더 큰 문제는 위기를 헤쳐나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권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깃발을 끌어내리려 애쓰지만 사실상 용도 폐기된 상태나 다름없다. 집권층 내부에서 이 용어를 입에 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화살을 피하기 위해 과녁을 옮긴 ‘포용국가’라는 말은 듣기는 좋으나 모호하다.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지는 ‘혁신성장’은 규제 완화만 외치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빼닮았다. 급기야 정부 내에서는 경기 부진과 고용 정체 타개책으로 ‘즉효약’인 사회간접자본(SOC)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토건사업을 비난하던 것을 떠올리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결국 민생경제 실패와 무능이 이전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정부 태도가 독선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은 최근의 여야관계가 상징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선거가 끝나면 어떤 야당과도 협치를 하겠다. 자유한국당도 예외가 아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퇴행적 행태로 일관하는 한국당을 보고 생각이 달라진 듯하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권력기관 개혁안과 공수처법 통과를 요청했듯이 지금 산적한 개혁법안이 국회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정책 입법화 실패의 손실은 오로지 대통령과 정부의 몫으로 남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국회 113석의 제1야당을 건너뛸 방법은 없다. 국정 성공을 위해서는 좋든 싫든 원만한 여야관계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5일 첫 회의를 갖고 가동을 시작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 대통령이 공언했듯이 야당 당사도 찾아가고 의원들도 만나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근래 들어 현 정권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오만해졌다는 경고음마저 울린다. 도덕성이 결핍된 기준 미달 장관들을 인사청문회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거나 자질 부족의 낙하산을 무차별 투척하는 행태는 지지층조차 등을 돌리게 만든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전방 시찰 파문은 행위 자체보다 ‘권력 중독’이 더 문제다. 청와대 참모가 국정원장과 국방부장관을 대동하고 간 것이 어떻게 비칠지 몰랐다는 게 개탄스럽다. 조국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정치’도 “입은 있으되 말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보좌진의 불문율과 배치된다.

권력은 늘 경계하지 않으면 잘못된 방향으로 무한 증식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그 덫에 걸려 있다. 두 달 후면 어느덧 집권 3년 차가 된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 복기해서 좌표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 촛불이 아니었으면 문재인 정부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신발끈을 다시 졸라매기 바란다.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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