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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전기 끊긴 노량진 구시장... 상인들 “촛불 켜고 장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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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전기 끊긴 노량진 구시장... 상인들 “촛불 켜고 장사 계속”

입력
2018.11.05 17:55
수정
2018.11.05 18:4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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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단전 단수조치가 취해진 5일 오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상인이 촛불을 킨 채 영업하고 있다.고영권 기자 /2018-11-05(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단전 단수조치가 취해진 5일 오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상인이 촛불을 킨 채 영업하고 있다.고영권 기자 /2018-11-05(한국일보)

“우리더러 물고기처럼 다 죽으란 소리 아니냐, 해도 너무 한다.”

5일 오전 9시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관리 및 운영하는 수협노량진수산시장(수협)이 구(舊) 시장 전역에 물과 전기 공급을 중단하자 상인 100여명이 시장 밖 주차장으로 쏟아져 나와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20여명이 신(新) 시장 주차장으로 향하는 통로에 드러누워 입구를 봉쇄하면서 신 시장 영업도 어려워졌다. 신 시장을 방문하려는 사람들과 구 시장 상인들 사이에 실랑이도 벌어졌다. “불법 점거를 멈추고 즉각 퇴거해달라”는 수협 측 방송 소리와 이에 반발하는 상인 측의 고성과 욕설이 뒤엉켜 시장 일대는 크게 소란스러웠다.

구 시장 안 상인들은 물고기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산소통을 구해 수조에 산소를 공급했고 급히 바닷물공급차를 불러 해수를 퍼 날랐다. 시장 곳곳에 촛불을 켜고 장사를 이어나가는 상인들이 늘어났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장사하고 있다는 이상숙(62)씨는 “물고기 300여마리가 모두 죽어 장사를 망쳤다. 발전기대여비 10만원도 날렸다”고 말했다. 곁에서 “오전 6시쯤 준비한 방어 도미 농어는 오전 11시쯤, 광어는 오후 1시쯤 모두 죽었다”고 거들었다. 상인 김모(62)씨는 “불이 꺼져 어두우니까 손님이 안 들어온다”고 울먹였다. 활어회업계에 따르면, 전기 공급이 중단됐을 때 물고기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바닥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널브러졌다.

이날 갈등은 수협이 구 시장에 전기와 물 공급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8월 대법원 최종 승소 판결에 따라 총 네 차례 명도 집행(소유자 외의 사람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으면서 넘겨주지 않을 경우 강제로 끌어내는 작업)을 시도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가로막히자 최후통첩과 함께 단수 단전 고사(枯死) 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수협 관계자는 “명도 집행으로는 더 이상 정상화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9일까지 신 시장 입주 기회를 최종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만큼 불법시장 상인들이 더 이상의 영업을 중단하고 신 시장으로 입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현재까지 구 시장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인은 260여명으로 파악된다.

상인들은 이날 조치로 장사를 지속하기 어려워졌지만 각종 수단을 동원해 생존권을 사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법원의 허락 없는 일방적인 단전 단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단전 단수 금지 가처분신청을 넣고 경찰에도 업무방해로 형사 고발했다, 추후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협이 구 노량진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치를 한 5일 오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주차장 입구를 구 시장 상인들이 막고 있다. 연합뉴스
수협이 구 노량진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치를 한 5일 오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주차장 입구를 구 시장 상인들이 막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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