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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에 대처할 정책여력 확보해둬야

입력
2018.11.05 10:5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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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행해진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으니 어려운 경제상황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경제정책방향을 되돌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정책 책임자들이 교체되더라도 현재의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경제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확립된 나라여서 국가시스템에 정부정책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장치가 있다. 이를 가동시켜 경제의 추락을 막아야 한다.

이 상황에서 금융정책을 맡고 있는 금융통화위원회와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통위는 고민스러울 것이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태에서 경기는 나빠졌기 때문이다. 국회도 경기가 나빠진 상태에서 정부가 요청하는 초확장적 예산을 제대로 따져가며 심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기 보다 제일 중요한 것을 챙겨야 한다. 결론적으로 금통위는 이자율을 적절히 높였으면 좋겠다. 국회는 지나친 재정확장에 제동을 걸었으면 좋겠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원론적으로는 이렇게 경기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고 재정을 확장하는 게 맞다. 그러나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정부의 무모한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책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자율을 낮추고 재정을 확대해 봐야 위기를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잠재적 위기의 규모를 키우고, 위기발생시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자원만 소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방만한 정책운용으로 위기를 자초했던 다른 나라 사례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의 금융정책당국이 경기관리를 위한 독립적인 금융정책을 펼 여지가 크지는 않다. 한국경제는 밖으로 노출된 부분이 큰데 비해 세계경제 안에서의 덩치가 크지 않아서, 한국의 금융정책은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 적응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의 주가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 것은 한미간 금리역전이 큰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경기 관리에 초점을 맞춰도 미세조정(fine tuning)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는 방어적으로 금리를 국제금리와 정렬시켜(align) 놓고,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여력을 확보하여, 더 큰 위기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내년예산이 지나치게 팽창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제가 어려운 국면이긴 하지만,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재정여력을 비축하고, 무모한 정책이 전환되기를 기다리는 게 현명할 것 같다.

눈이 쏟아지고 있을 때 빗자루 들고 쓸어봐야 소용 없다. 정책리스크가 현격히 줄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잡히면 그때에 적극적 액션을 취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다행히 그 시점까지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위기방지에 정책자원을 충분히 투입하고, 위기가 이미 왔다면 위기극복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통상적이지 않은 현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고민한 끝에 고육책을 제안하게 되었다. 여러가지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을 금통위와 국회의 정책논의에 참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채수찬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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