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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인 영어 실력

입력
2018.11.05 18:00
수정
2018.11.05 18:5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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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거점으로 국제적인 어학교육사업을 벌이는 EF에듀케이션퍼스트는 올해로 8년째 자체 개발한 표준영어시험에 기초해 국가별 영어능력지수(EPI)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가 사실상 국어인 나라를 제외한 88개국 130만명을 대상으로 최근 발표한 조사에서 상위권은 역시 스웨덴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유럽 각국이었다. 한국은 31위로 이 기관이 5단계로 구분한 영어 실력 중 ‘노래 가사에 대한 이해나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전문적인 메일 작성이 가능’한 ‘보통’ 수준으로 평가됐다.

□ 아시아에서는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갈수록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홍콩이 한국과 비슷했고 중국(47위) 대만(48위) 일본(49위)은 한 등급 아래 ‘미흡’이었다. 인상적인 건 아시아 국가 중 돌출한 3위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에서 영어는 4개 공용어 중 하나지만 수학 같은 이과 수업을 영어로 하는 등 교육과정에 영어를 적극 사용하는 것이 유럽 못지않은 영어 실력의 바탕이다. EPI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싱가포르 교사들의 급여가 높고 영어 훈련이 잘돼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 물론 영어 공용 정책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공적인 조기 영어교육 체제지만 그 결과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민족어와 영어 둘 다 읽고 쓰는 능력이 수준 미달이라는 지적도 있다. 2개어를 구사하는 ‘바이링구얼(bilingual)’을 목표로 하다 자칫 어느 하나 제대로 안 되는 ‘세미링구얼(semilingual)‘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영어가 제2공용어인 핀란드는 역사적인 사정까지 겹쳐 헌법에서 핀란드어를 국어이자 제1공용어로 정했음에도 불구, 일상에서는 갈수록 영어가 핀란드어를 몰아내는 상황이 되고 있다.

□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유치원에 이어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 활동도 허용할 뜻을 밝혔다. 영어를 공용어로 삼겠다는 대만을 따라갈 것까지는 없다 해도 국어 이외의 의사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공교육에서 지금보다 더 폭넓은 영어교육을 주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인의 영어 실력 부족은 “시험 위주와 강압적인 영어교육이 영어 배우는 재미를 빼앗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감안해 교육 방식에서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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