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정한울(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

이정진(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게티이미지뱅크

커지는 젠더정치 목소리, 여전한 유리천장

미투 운동과 혜화동 시위 등 여성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며 젠더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현실정치에서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강고해 보인다. 2000년 이후 공직선거에서 여성할당제가 확대되면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50%를 여성으로 선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정당은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여성 몫을 할당하고 있다. 그러나 300명 국회의원 중 여성 국회의원 수는 50명으로 16.7%에 불과하다. OECD 평균 29.1%에 크게 못 미친다. 여성대통령, 여성 당대표가 배출되고, 선거벽보에 등장하는 여성 후보들의 수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할당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고려대 SSK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소장 권혁용 고려대 교수)와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분석팀(팀장 박종선 수석부장)이 10월 정기 웹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한국일보에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실제 젠더 투표 현황: 20대 남성 절반은 여성후보에 투표해본 적 없다

실제 투표행태에서는 어떨까? 여성 후보에 대한 기본적인 투표 행태부터 확인해보자. 대통령 선거부터 기초의원 선거까지 각 단위별로 여성후보에게 투표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중복응답)를 살펴보자. 투표경험이 있는 894명 중 여성후보를 지지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비율이 대통령 선거에서 38%,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9%, 가장 작은 단위인 기초의원 선거에서 27%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 광역의원과 여성 기초단체장 후보를 지지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9%로 동률이었고,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를 지지해본 응답비율이 15%로 가장 낮았다. 지금까지 여성후보를 한 번도 지지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28%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성후보에게 투표해본 적이 없다는 비율을 보면 여성의 경우 전 세대에서 23~32% 수준으로 일정하다. 남성의 경우도 30대 이상에서는 유사한 양상이다. 30대에서 31%, 40대에서 33%인 반면, 50대에서는 18%, 60대 이상에서 20%로 여성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보수성향이 강한 5060세대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함으로써 고령층 남성층에서의 여성후보에 대한 금기를 깬 결과로 보인다. 가장 주목할 점은 20대 남성 집단이다. 절반인 50%가 지금까지 각급 선거에서 여성후보를 한 번도 지지해본 적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

여성 정치진출 비율에 대한 인식 격차: 여성의원 비율 적다 58%, 2030 남성은 적지 않다 다수

여성정치에 대한 인식격차는 심각하다. 현재 전체 300명 국회의원 중 16.7%(50명)의 여성의원 비율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가 부족한 편이라 답했다. 23%는 적절한 편, 7%만이 많은 편이라고 답하고 모르겠다는 응답이 12%였다. 여성의 72%가 여성의원 비율이 부족한 편이라고 답한 반면 남성에서는 44%에 불과하다.

세대별로는 2030세대가 4050세대보다도 현재의 여성정치인 규모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젊은 세대라도 여성과 남성 간 시각차는 보다 뚜렷하다. 2030세대의 여성층에서는 76~81%가 현재의 여성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여성의 정치진출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40대와 50대에서 과반을 넘지만, 2030세대에서는 각각 25%, 37%에 그치고 있다. 여성의 정치진출에 대한 남녀 인식격차는 주로 2030세대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젠더정치에 대한 고정관점은 거부

여성정치에 대한 인식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조사결과를 보면 여성정치인에 대한 전통적인 편견이나 포장된 여성성에 대한 통념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 정치인은 상대적으로 무능하다는 편견도, 반대로 남성 정치인에 비해 깨끗하고 기득권에 포획되지 않는다는 주장에도 시민다수가 거부하고 있다. “여성 정치인이 정치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역량이 부족하다”는 진술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은 28%,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2%였다. 반대로 “여성정치인이 남성보다 청렴하고 개혁적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비율은 33%에 그치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67%에 달했다. 두 응답 모두 남녀 응답자간 차이가 없다.

인식이 갈라지는 지점: 여성 차별에 대한 시각 차이

여성정치에 대한 인식 차이는 결국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대한 인식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은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57%가 동의한 반면 4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성 중 39%만 여성 차별의 존재를 인정한 반면, 여성의 74%가 동의한다. 세대와 연결시켜보면 여성 차별에 대해 부정하는 인식은 2030세대에서 두드러지고 40대 이상에서 감소하는 양상이다. 40대 이상 남성 집단을 기득권으로 규정하며 젠더정치의 가장 비토그룹으로 보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2030 남성집단에서 안티 정서가 가장 강한 양상이 일관되게 확인된다. 2009년 기점으로 남여 대학 진학율이 역전되고, 화이트칼라 취업시장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젊은 남성들의 눈에 여성은 더 이상 차별받는 약자로 인정하기 어려운 듯하다.

유리천정 깨기 위한 정책 방향: 여성 정치인 발굴 노력하되 할당제엔 반대

학계와 여성계 등에서 여성의 정치적 유리천장을 깨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방안 중 “여성 정치신인을 발굴”(71%), “헌법에 선출직 남녀평등 명문화”(62%), “정당의 여성 후보 공천 확대” (60%) 등 규범적, 원칙적 조치들에 대해서는 다수의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50% 여성공천이 자동 보장되는 “비례제 확대”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했고(48% 대 52%), “각 정당의 지역구 여성후보 30% 할당제”에 대해서는 반대가 다수였다(60%). 그 동안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기여해온 할당제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것은 역차별 요소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남녀 공히 60%에 가까운 동의를 보내고 있다. 사회전반에서 강해지고 있는 여성 스스로의 경쟁력이 약자로서의 보호막보다 공정경쟁을 요구하는 인식전환으로 이어진 결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림1] 선거단위별 여성 후보 투표경험(%) [그림2] 성별 “여성후보 투표 경험 없다”(%)

자료: 고려대 SSK 불평등과민주주의연구센터·한국리서치 <여론속의 여론> n=894

[그림3] 현 여성의원 비율 16.7%(50명) 평가(%) [그림4] 성*연령별 “여성의원 부족” 비율(%)

자료: 고려대 SSK 불평등과민주주의연구센터·한국리서치 <여론속의 여론> n=1,000

[그림5] “여성정치인은 정치에 대한 이해와 능력이 부족하다” (%)[그림6] 여성 정치인은 남성에 비해 청렴하고 개혁적이다“(%)

자료: 고려대 SSK 불평등과민주주의연구센터·한국리서치 <여론속의 여론> n=1,000

[그림7] “여성은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 (%)[그림8] 성*연령별 여성 차별 동의 비율(%)

자료: 고려대 SSK 불평등과민주주의연구센터·한국리서치 <여론속의 여론> n=1,000

[그림9] “여성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 (%)[그림10] 여성정치 활성화 방안에 대한 태도 (%)

자료: 고려대 SSK 불평등과민주주의연구센터·한국리서치 <여론속의 여론> n=1,000

고려대 SSK 불평등과민주주의연구센터·한국리서치 매월 정기조사 개요

구 분내 용
모 집 단· 전국의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표집틀· 한국리서치 MS 패널(2018년 8월 기준 약 43만명)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학력별, 직업별 기준 비례할당추출
표본크기· 1,000명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가중치 부여방식·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림가중)(2018년 1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응답(협조)율· 조사요청 9,108명, 조사참여 1,417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1.0%, 참여대비 70.6%, 유효참여자* 대비 80.8%)
조사일시· 2018년 10월 20일∼23일
조사기관(주)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o *유효 참여자는 선정탈락이나 할당오버를 제외한 조사 참여자를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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