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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육 파이프라인의 붕괴

입력
2018.11.01 18: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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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는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더는 취직이 보장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그런 현상이 시작됐지만, 20년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 학자들은 그때부터 양극화와 불평등의 문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각종 통계 수치를 보면 그때부터 상위 10%의 소득이 점점 늘면서 전체 소득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양극화와 불평등 사회로 분류되는 미국식 계층구조로 변화한 것이다.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스펙을 쌓아도 이렇다면 청년이 희망을 찾을 수 없다.

□ 일본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학교의 ‘파이프라인 시스템’이 붕괴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지금까지는 일단 학교 파이프라인 안으로 들어가면 몇 번의 분기점을 거쳐 아이들은 자동으로 어떤 직업, 어떤 사회계층으로 자연스럽게 갈라져 나갔다. 파이프라인이 갈라지는 기점에서 아이들은 좀 더 좋은 학교 등을 목표로 공부한다. 공부를 하는 ‘노력’은 학생의 실력에 맞는 학교, 직장으로 들어가는 ‘성과’로 보상받는다. (‘하류지향’, 우치다 다쓰루 저) 하지만 우리나 일본이나 이제 이런 파이프라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 교육의 파이프라인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은 노력과 성과의 안정적인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을 의미한다. 학력이 더는 일자리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지 않는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알바 등에서 학력과 능력의 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인 80%를 넘어가던 우리 대학 진학률이 70%대로 떨어진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고교 졸업생 숫자가 줄면서 일부 지방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구조조정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분야에서 노력과 성과, 투입과 산출이 더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적 힘이 작동하기 쉬운 구조가 된다. 노동조합이 개입된 공기업 고용세습 문제는 취업 준비생을 절망시키고,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는 냉소주의가 뿌리내린다.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던 와중에 고용 참사가 일어났고, 공기업 고용세습 비리까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공기업뿐만 아닐 것이다. 일반 기업 취업에도 부모의 힘이 작용하는 것을 흔히 목격한다. 하긴 이번 정부 들어 공공기관 신임 기관장 절반 가까이가 낙하산이라니 누굴 탓하겠나.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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