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안에 공기튜브를 넣어 만든 지금과 거의 같은 형태의 공기 타이어가 발명된 건 지난 1888년의 일이다. 영국의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이 왕진을 다니던 중 쇠 바퀴를 단 마차가 너무 불편해 고안했다. 타이어 속에 공기튜브를 넣자 지면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해 편안한 데다 파손도 적어 안전해졌다. 이후 타이어에 첨단소재와 과학기술이 적용되며 자동차가 변화하듯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공기 타이어가 발명된 지 무려 130년이 흐른 지금에야 공기가 필요 없는 타이어가 개발되며 완전히 새로운 단계의 진화가 진행되고 있다.

타이어 구조
그르부와 사이프 무늬가 좌우에서 다른 비대칭 타이어.
◇타이어, 그루브와 사이프의 조합

타이어 구조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노면과 접촉하는 부분인 트레드, 몸통 역할을 하는 카카스, 튜브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유지하는 비드 코어가 핵심 부위다. 여기에 타이어 측면에서 카카스를 보호하는 사이드월, 사이드월과 트레드 사이를 연결하는 숄더, 카카스를 지지해주는 벨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타이어는 지면과 맞닿아 자동차의 하중과 충격을 흡수하고, 가속과 정지를 반복하는 주행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타이어에서 가장 많은 기술이 투입되는 부위가 트레드다. 트레드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선들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단순히 다른 제품과 차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선은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디자인된 것이다. 타이어 중심에 세로로 굵게 새겨진 3, 4개의 선(그루브)들은 젖은 도로 위를 지나갈 때 신속하게 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돕고, 가로로 새겨진 얇은 선(사이프)들은 자동차 접지력을 높인다.

타이어 기능은 트레드에 그루브와 사이프를 어떤 방식으로 새겨 넣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루브나 사이프 개수가 너무 많으면 타이어 표면과 노면이 접촉하는 면적이 줄어들어 제동력이 약해진다. 가로 방향의 그루브나 사이프는 주행 방향과 직각을 이루는 탓에 자동차의 진동과 소음을 크게 할 수도 있다. 자동차업체들이 이들 크기와 위치, 길이, 깊이 등을 조절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타이어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트레드에 노면과 접촉하는 접지력을 균일하게 분포시키면서도 핸들링 및 제동성능이 향상되는 디자인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겨울용 타이어에 새겨진 그루브와 사이프 무늬/그림 4겨울용 타이어.
◇트레드의 마법

타이어에 가능한 한 많은 기능을 조합해 넣기 위해서 요즘엔 트레드의 좌우 무늬가 비대칭형 타이어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 트레드 좌우 무늬가 대칭일 경우 타이어가 도로 위에서 회전할 때 소음도 적고 마모도 좌우에서 비슷하게 일어나 관리가 쉽다.

그런데 좌우 무늬를 다르게 하면 좌우에 각각 다르게 요구되는 성능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 타이어 안쪽은 승차감ㆍ소음ㆍ배수성, 바깥쪽은 코너링ㆍ핸들링 등과 관련이 크다. 타이어 바깥쪽은 도로 주행 시 관성에 의해 발생하는 차체 압력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반면 안쪽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비대칭 타이어는 안쪽 트레드 무늬에 그루브를 많이 넣어 물의 배출을 극대화하고, 바깥쪽에선 그루브를 없애고 사이프를 넓고 깊게 새겨 넣는 것을 통해 접지력을 높여 코너링 때 급격하게 힘을 받는 상황에서 든든하게 버텨주는 역할을 하도록 한다. 한 개의 타이어에서 두 가지 장점을 얻는 것이다. 비대칭 타이어는 주로 고속주행에 특화된 승용차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럼 눈길을 주행해야 하는 겨울용 타이어엔 어떤 트레드 무늬가 적합할까. 차가 주행할 때 타이어가 눈을 누르면 그 압력으로 수분이 발생하게 되는데, 타이어가 지면과 닿는 면적이 넓어 수분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차가 도로에서 미끄러지게 된다. 이 때문에 겨울용 타이어엔 사이프보단 그루브가 넓고 예리하게 들어가 있다. 수분을 잘 배출하면서도 눈이 가득 찬 노면을 타이어가 한 발자국씩 찍어 가듯 주행하게 해 미끄럼을 방지한다.

일반 타이어 소재는 고무에 흑색의 미세한 탄소 분말인 카본블랙을 섞어 날씨가 추워질수록 딱딱해지는 특성이 있다. 겨울용 타이어엔 기온이 낮아져도 고무의 재질 변화가 적도록 고무에 모래에서 추출한 신소재인 실리카를 섞어 지면과의 접지력을 유지한다. 고무엔 스펀지처럼 부풀도록 미세한 기포도 주입하는데, 눈 위에서 고무보다 스펀지가 덜 미끄러지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겨울용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제동거리가 최대 40% 짧다. 일반 타이어의 제동거리가 10m라면 겨울용 타이어는 6m로 사고위험이 확연히 줄어든다.

한국타이어의 자가 봉합 타이어인 '실가드 타이어. 날카로운 못이 타이어를 뚫고 들어오자 내부에 도포된 특수 봉합제가 구멍을 메우는 모습. 한국타이어 제공/그림 6휠과 타이어가 일체형으로 이뤄진 미쉐린의 '에어리스 타이어'/그림 7굿이어의 구(球)형 타이어인 ‘이글-360'/그림 8굿이어의 ‘이글-360'이 장착된 모습. 자기부양열차의 자기장 효과를 이용, 차체가 타이어 위에 살짝 떠 있는 구조다.
◇타이어에 공기를 없앤 첨단기술들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가 나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130년간 지속됐던 타이어 속 공기가 아예 필요 없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타이어업체 미쉐린은 공기 주입이 필요 없는 ‘에어리스 타이어’를 개발하고 있다. 휠과 타이어 사이를 공기가 아니라 유기 소재를 이용해 일체형으로 만드는 에어리스 타이어는 인간 허파의 폐포(肺胞) 조직 모습을 따라 만들었다. 폐포 조직은 수많은 모세혈관과 함께 탄력섬유와 교원질섬유로 이뤄진 ‘벌집’처럼 생겼다. 탄력섬유는 숨을 쉴 때 페포막이 수축과 이완하는 역할을 하고, 교원질섬유는 모세혈관이 들어있는 폐포막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에어리스 타이어는 폐포 구조처럼 타이어 중심부는 단단하고 지면에 닿는 부분으로 갈수록 유연해지는 특성이 있다.

미쉐린의 경쟁사 굿이어 타이어는 마치 공 4개가 굴러가는 것 같은 구(球)형 타이어인 ‘이글-360’을 개발하고 있다. 이 타이어는 자기부상열차에 적용된 자기장 기술을 이용했다. 타이어와 차체를 축으로 연결하지 않고 자기부상열차처럼 타이어 위에 차체가 살짝 떠 있게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이글-360은 제자리에서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즉각 옆으로 피할 수 있고, 평행 주차를 하더라도 굳이 핸들을 돌릴 필요가 없다. 국내에선 한국타이어가 자가 봉합 타이어인 ‘실가드 타이어’를 개발하고 있다. 타이어가 도로에서 뾰족한 물건에 찔려 펑크가 나더라도, 타이어 내부에 칠해진 점성이 있는 특수 봉합제가 구멍을 메워 내부 공기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한다. 지름 5㎜ 구멍까지 즉각 봉합할 수 있어 펑크 상황에서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한국타이어의 설명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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