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선거중] 미국 중간선거

[지구촌은 선거 중] 美 선거운동 총력전
미디어에 광고하는 ‘공중전
유권자 직접 만나는 ‘지상전’
후보들, 지역구 특성 살린 캠페인
인터넷ㆍSNS로 지지자 충성 높이고
유권자 데이터베이스 기반으로
투표 독려ㆍ포기 운동도 벌여
미국 캘리포니아주 선거관리당국 직원들이 부재자 투표관련 자료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 번에 걸친 기고를 통해 본 미국 중간선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의 인기나 경제성장과 같은 전국 정치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는다. 둘째, 아주 많은 선거구에서 한 정당에만 편파적으로 유리하도록 선거구 획정을 해놓았다. 셋째, 현역 의원 재선 확률이 90% 정도로 지나치게 높다.

현역 의원의 높은 재선 비율 때문에 각 선거구에서 벌어지는 선거운동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도 생각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선거 캠페인이 완전한 무용지물은 아니다. 두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매우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의 이름을 알리는 일이고, 그 다음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꼭 투표하게끔 독려하는 일이다.

미국 선거에서 특정 후보가 출마를 결심하면 먼저 선거 조직을 꾸리게 된다. 한국처럼 후보 본인이 조직을 꾸리는 경우, 가족과 친구 등 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노동조합, 교회, 이익집단에서 자원봉사자를 조달하는 일까지 간단하지만은 않다. 최근에는 선거 캠페인을 전담하는 전문 조직을 통째로 구입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현역의원의 90% 이상, 도전자의 50% 이상이 전문조직을 통째 매입하는 방법을 이용하는데, 비싸기도 하지만 정치자금을 빨리 모금한 후보들이 주로 할 수 있다.

선거 캠프가 만들어지면 캠페인의 전략을 짜는 일이 다음이다. 과거 캠페인에서 성공했던 전략을 반복하는 일이 가장 많다.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는 흥미롭고 특이한 일을 간혹 시도하기도 한다. 대선에서와 같이, 크게 “공중전”(air warㆍ미디어를 통한 광고)과 “지상전”(ground warㆍ유권자 대면 접촉)으로 나뉜다. 지역구의 특성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지는데, 유권자의 특성이 이질적일수록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한 공중전이 많고 유권자들이 동질적일수록 사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지상전이 많다.

공중전의 경우 한국과 달리 광고 횟수와 방법에 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평균 선거자금의 45% 정도가 쓰인다. 상원의원과 주지사 후보들이 더 많이 사용한다. 하원의원 후보의 경우, 선거구가 미디어 시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서 효과성에 다소 의문은 있지만 여전히 선거 캠페인의 핵심이다. 우편을 통한 광고도 많은데, 빈도가 많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우편함에서 꺼내서 휴지통으로 가는 30초 안에 보는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변형 또는 조작된 이미지를 주로 사용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의 경우, 설득보다는 지지자의 충성심을 높이기 위해 주로 쓰인다.

지상전은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이 직접 유권자를 만나는 것을 말한다. 후보가 유권자들과 같은 부류라는 점을 강조하고, 유권자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는 것도 어필해야 한다. 언론의 조명을 받아 “공짜 광고”(earned media)를 할 수 있는 캠페인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지상전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투표 독려”(get-out-the-vote) 활동이다. 한 곳에 비교적 오랫동안 사는 미국인들의 특성 때문에, 어느 유권자가 어느 정당의 후보를 얼마나 강하게 지지해 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져 있고, 각 정당들이 이것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놓았다. 이를 기반으로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 투표율이 저조했던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호소하는 게 핵심이다. 직접 집으로 방문할 경우 2.5%포인트, 전화로 설득할 경우 1.9%포인트 정도 투표율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낮추는 전술도 있다. 2002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에서는 흑인이 모여 사는 동네에 “긴급 공지: 11월 6일 꼭 투표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연체된 자동차등록세와 주차위반 벌금을 다 납부하고 밀린 월세도 꼭 냅시다!”라는 광고가 있었다. 투표를 하기 위한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흑인 유권자를 속여서 투표율을 낮추려는 시도였다. 2010년 네바다주에서는 “이민 개혁 입법에 실패한 민주당 의원을 심판하기 위해서 기권합시다”라는 선거운동을 공화당 지지자들이 했었는데, 히스패닉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함이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등장한 선거 캠페인의 특징은 민주당의 공격과 공화당의 방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민주당 지지자 중 66%)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23%(8월 초)에서 36%(9월 말)로 크게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선거에 대한 열정도 55%에서 67%로 증가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경우, 이번 선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48%)과 이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45%)의 비율이 비슷하다. 이에 공화당은 당 차원에서 지지자들이 중간선거에서 기권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 지난 9월 말과 10월 초에 있었던 캐버노 대법관 상원 인준 과정에서 당파적인 방어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공화당 지지자들의 관심을 끌어서 투표하도록 만드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이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다수이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 투표율이 저조했던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맞춘 캠페인도 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 광고에서 차지하는 이슈의 비중이 이를 보여준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광고에서 단연 의료보험과 이와 관련된 이슈가 압도적이다. 지난 2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케어’를 무산시키는 시도를 통해 피해를 많이 본 유권자들이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가장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는 여론조사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이들 다수가 흑인과 히스패닉이다.

공화당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가 아닌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의 관심을 끄는 광고가 많다. 세금, 세금 감면, 정부 예산 적자, 공공안전 등의 이슈가 이에 속한다. 2016년 대선에서 주목받았던 이민 정책은 관심에서 조금 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대한 호감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과거부터 쭉 공화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인 것이다.

박홍민 교수ㆍ위스콘신대(밀워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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