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8㎞ 10분에 어떻게… 현실무시 탁상행정” 반발하고 허위보고 정황도

대구지방경찰청장이 현실을 무시한 업무 매뉴얼을 지시하면서 지역 경찰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신호등 30개가 있는 도심 8㎞를 10분만에 가라니요. 우리가 뭐 슈퍼캅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대구경찰청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중인 ‘112 신고의 대기 제로화’ 지침이 일선 형사들의 반발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중요사건이 터졌을 때 전문성 높은 형사들을 사건 초기에 투입해 치안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볼멘소리에다 허위보고가 빈발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경찰서 A형사는 지난해 말 대구경찰청으로부터 내려온 업무지침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112 신고 접수 10분 내에 당직실 형사가 사건현장에 도착하라는 것이었다. A형사는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 경찰서에서 가장 먼 곳은 8㎞나 되는 곳도 있는데, 저녁시간이나 출퇴근시간은 물론 새벽에도 10분 내 도착은 쉽지 않다. 절반 이상의 신고가 10분 내 도착이 어려운 곳이다”고 토로했다.

대구경찰청은 허술한 초동 대응이 수사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112 신고가 접수되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형사가 즉시 출동하도록 하고, 출동 10분 안에 도착해 무전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10분 안에 도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니 허위보고가 난무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형사는 “경찰서별로, 개인별로 실적이 비교되다 보니 10분 넘어 도착해도 이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실토했다.

대구경찰청은 이 같은 보고를 토대로 112 대응이 빨라졌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9월 초 대구경찰청이 제작한 ‘골든타임’이라는 영화는 경찰청 인권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경찰의 신속한 출동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지난달 25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도 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은 ‘112신고 건에 대한 단축 시간을 확립시켰다’고 자랑했다.

이에 편승한 과도한 출동지시도 논란거리다. 대구경찰청 112상황실은 접수된 신고 중 사안에 따라 강력범죄(코드 0~2), 경미한 사건(코드 3, 4)로 분류한다. 강력사건이면 형사까지, 경미하면 지구대나 파출소 직원이나 순찰중인 112만 출동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형사는 “요즘 들어 단순폭행사건도 강력사건인 코드 2로 분류하는 경향이 부쩍 는 것 같다”며 “정말 큰일 난 줄 알고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도착해 보면 당사자들끼리 해결하고 상황이 종료된 경우도 허다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지침으로, 일부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과잉대응이 늑장대응보다는 낫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며 “10분 내 도착이라는 규정은 없으며, GPS로 출발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있어 허위보고도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지각 도착을 확인하는 것은 출동지연 사유 등을 분석,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연구자료 확보 차원인데 일부 직원들이 ‘사유서’로 오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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