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여학생은 ‘겨레의 밭’ 남학생은 ‘하면 된다’…성차별 교훈ㆍ급훈 언제까지 둘 건가요

알림

여학생은 ‘겨레의 밭’ 남학생은 ‘하면 된다’…성차별 교훈ㆍ급훈 언제까지 둘 건가요

입력
2018.10.31 10:53
수정
2018.10.31 11:07
0 0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A교육 재단이 운영하는 여자고교의 교훈은 ‘내일을 이끌 숙녀가 된다’이다. 반면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남자고교의 교훈은 ‘높고 큰 목표로 최선을 다하자’이다. 교훈이 그 학교의 교육 철학과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임을 감안한다면, A재단의 학교 운영 방침 안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이 깔려 있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학생의 날(11월 3일)’을 맞아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언어와 행동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시민들로부터 의견을 모은 ‘서울시 성평등 생활 사전-학교편’을 31일 발표했다. 지난 10~18일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 설문에서 528명의 시민들이 총 3가지 문항에 복수로 응답한 738건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다. 응답자 중 여성이 425명(80.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남성은 103명(19.5%)이었다.

먼저 학교생활 중 성차별적인 말을 듣거나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냐는 물음에는 여성의 경우 87.8%가, 남성은 82.5%가 각각 “있다”고 응답했다. 학교생활 중 가장 성차별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사의 말과 행동’이 34.5%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교칙(27.5%), 학생의 말과 행동(11.2%), 교과 내용(11.0%), 진로지도(10.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주관식으로 물은 학교에서 그만했으면 하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고정된 편견(44.3%), 교복 및 학생 번호 순번 등 규정ㆍ규칙(20.7%), 차별적 언어(16.3%) 등이 주를 이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재단은 조사를 통해 파악된 학교내 성차별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앞서 지적한 A 재단 외에 B재단 역시 운영하고 있는 여고에는 ‘아름다워라! 그리고 성실 근면하자’를, 남고에는 ‘높은 이상을 갖자! 그리고 성실 근면하자’를 교훈으로 정해 사회적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 특히 모 여고는 ‘‘겨레의 밭:억세고 슬기로운 겨레는 오직 어엿한 모성에서 가꾸어 지나니…’를 교훈으로 정해 여성 본연의 역할이 출산 및 육아를 통한 민족적 복무에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여중ㆍ여고에는 ‘사랑-용서한다, 참는다, 도와준다, 희생한다’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 ‘슬기롭고 알뜰한 여성’ 등의 교훈이 사용됐다. 반면 남고에는 ‘하면 된다’ ‘개척, 협동, 애족’ 등의 교훈 사례가 접수됐다.

일방적인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강요하는 언어 사용에 대한 불만도 다수 접수됐다. 남학생들에게 행해지는 부적절한 표현으로는 ‘남자가 왜 질질 짜냐’ ‘남자는 무거운 거 잘 들지~’ 남자가 그런 운동 하나 못하나’ ‘남자는 이과 가야 취직하지’ 등이 주요 사례로 꼽혔다. 여학생에 대해서는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여학생은 수학과학을 못한다’ ‘여자로서 진로는 여교사나 간호사, 여의사가 좋겠다’ 등의 학교 내 편견 사례가 접수됐다.

강경희 재단 대표이사는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학교생활 전반에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교과내용, 교훈, 급훈, 교칙 등에 대한 모니터링 및 의식 교육 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