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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 ‘워킹 홀리데이’ 비자, 노동착취 문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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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 ‘워킹 홀리데이’ 비자, 노동착취 문제 여전

입력
2018.11.07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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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호주와 비자협정 첫발… 현재 협정국가 23개국으로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년간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20년 넘게 해외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첫 번째 선택지로 꼽혀왔다. 18~30세 청년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 협정 체결국가에서 일하며 관광, 취업, 어학연수를 병행할 수 있는 ‘워홀(워킹 홀리데이 비자의 준말)’은 1995년 7월 한국이 호주와 협정을 맺으며 시작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워홀은 ‘자금 능력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이 외국체험을 할 기회’로 통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1년간 생활하고 돌아온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에 차 있는 얼굴’이라든지 ‘소모적 사치 유학과 다르다. 생활비를 벌면서 그곳 사람들의 삶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라는 묘사로 워홀의 장점을 부각했다.

이런 낭만적 시각은 1997년 하반기 외환위기 이후 조금씩 퇴색한다. 대신 워홀은 외화벌이 창구로 부각됐다. 언론에서는 ‘단순노동도 할 각오가 돼 있으면, 외국어를 못 해도 해외 취업이 전혀 불가능하진 않다’라며 워홀을 소개했다. 호주 현지 미용실에 취직, 원화 환율 급등 덕분에 1년 뒤 약 2,500만원을 벌어와 자신의 미용실을 차린 사례가 지상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3국과 비자협정을 맺었는데, 워킹홀리데이협회는 IMF 사태 이전과 대비해 1998년 2월에는 매월 평균 상담자 비자취득률이 2.5배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젊은 직장인들이었고, 워홀 협회는 실직자들만을 위한 대규모 행사를 마련할 정도였다.

이후 경기가 살아나며 잠잠해진 워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 청년 취업의 단기부양책으로 재부상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11월 “사회간접자본(SOC)확충도 중요하지만 지금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소비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단기 부양책이 우선 필요하다”며 그 예시로 웨스트(미국내 단기취업ㆍ유학)프로그램과 함께 워킹 홀리데이를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청년들이)상황을 탓하며 움츠린 채 편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부터 나서 워홀을 장려한 결과, 2008년 3만여명이었던 호주 ‘워홀러(워킹 홀리데이로 출국해 일하는 사람)’는 2009년 3만5,000여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캐나다도 연간 쿼터를 2배 늘려 2009년 4,020명을 받았고, 일본 워홀러도 2배 늘어 7,200명에 달했다. 프랑스와 독일과도 워홀 협정이 맺어졌다. 당시 워홀 열풍에서는 20대 초반보다 20대 후반 취업 경력자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워홀이 외국어 실력을 쌓고 개인 경력을 늘리는 용도로 각광받은 것이었다.

이처럼 워홀러가 급증하는 가운데 각종 관련 범죄도 이어졌다. 2007년에는 2003년부터 ‘호주에서 일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고 속이고 모은 한국인 여성 워홀 비자 소지자 87명을 호주의 성매매 업소에 보내고 돈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검거됐다. 2009년엔 호주 시드니에서 워홀 비자로 입국한 취업자가 이후 학생비자로 전환한 뒤 도박에 빠져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2013년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는 새벽 출근길의 여성 워홀러가 백인 청년에게 살해되고 시신이 공원에 유기된 사건까지 발생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을 받고 취약업종에서 일하는 워홀러들의 열악한 실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현재 워킹 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맺은 국가는 23개국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약 20만770명(지난해 영국은 제외)이 워킹홀리데이 협정제도를 이용했다. 무제한 입국이 가능한 영어사용 국가인 호주가 여전히 인기가 높아 지난해에도 2만2,241명이 워홀 비자로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호주 워홀에서 두드러지는 임금체불 등 노동착취 문제는 여전히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다. 지난달 26일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보유한 해외체류자 가운데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가 390명, 가해자로 분류된 사례는 72명이 집계됐다. 이중 호주에서만 254명의 범죄 피해자, 49명의 가해자가 발생했다. 강 의원실은 “현지 시내 식당이나 지역공장, 업체에서 일하고 급여를 받지 못해 임금체불 문제로 해외 공관에서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의뢰한 사례들이 있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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