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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실리콘밸리 엘리트 집에선 “노 디지털”

입력
2018.10.28 17:36
수정
2018.10.29 11: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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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휴대폰ㆍ컴퓨터 접근 막아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아이. 게티 이미지 뱅크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아이. 게티 이미지 뱅크

첨단 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디지털 첨단 기기를 가장 먼저 접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poter)’로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은 되레 자신의 아이들이 휴대폰이나 컴퓨터, TV, 게임기 등 디지털 기기에 일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보모들을 고용할 때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했다. 번쩍이는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에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아이들이 중독될 수 있다는 우려로 보모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조차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선 첨단 기기를 대량 생산하는 데 열중하는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이 정작 집에선 ‘디지털 제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곳의 아이들은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게임기 대신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공원에서 그네를 타는 등 디지털 기기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셈이다. 보모 인력 업체인 얼반시터의 린 퍼킨스 최고경영자는 “첨단 기술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집에서 이를 사용하는 데는 아주 엄격하다”며 “보모들이 아이들 앞에서 휴대폰 등 어떤 기기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보모로 일하는 조딘 알트맨씨도 “하루 일과는 대부분 아이들을 공원에 데리고 가거나 카드게임을 가르쳐주는 것이다”며 “이곳의 거의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이 어떤 디지털 경험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열성을 보이는데, 최근 2년간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육아법이 일부 부모들의 극성만은 아니다. 이 지역의 인기 있는 사립학교들도 디지털 기기를 피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아이들을 디지털 기기로부터 떼어 놓는 것이 부유층의 육아 및 교육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때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수업이 부유층 자제들이 누리는 최신식 교육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정반대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디지털 격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격차가 과거에는 가난한 아이들이 부유층에 비해 디지털에 접근하기 어려운 형편을 지칭했지만, 이제는 가난한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구속돼 있는 반면 부유층 자제는 디지털에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하는 격차를 보인다는 것이다. 와이어 매거진의 크리스 앤더슨 전 편집장은 “디지털 격차가 예전에는 기술 접근에 대한 것이었지만,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지금은 기술 접근에 대한 제한을 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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